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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인한 여파가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SK쉴더스가 3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자본재구성(리캡, Recapitalization)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3조원 수준을 조달해야 하는 이번 리캡은 SK텔레콤 해킹 사고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도 대주단 참여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이하 EQT)는 지난달 국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2023년 진행했던 SK쉴더스 인수금융 리캡을 위한 주선 물량을 공식 배분했다. KB증권과 KB국민은행이 3조원 수준을 주선하고,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이 맡는 구조다. KB금융이 대부분의 주선을 담당하는 만큼, 셀다운 과정에서 대주단의 반응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EQT는 지난 2023년 SK쉴더스 경영권 지분 68%를 인수하며 2조3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당시 KB증권이 1조9000억원, KB국민은행이 3000억원, 하나은행이 1500억원을 주선했다. 인수금융 차입 주체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였으며, 금리는 연 7% 중반, 만기는 5년이었다.
EQT는 이번 리캡을 통해 금융 구조를 크게 바꿀 예정이다. 먼저 차입 주체가 SPC 단일 구조에서 OpCo(운영법인)와 HoldCo(SPC)로 분리된다. OpCo인 SK쉴더스는 자체 신용을 담보로 2조4000억원을 직접 조달하고, HoldCo 트렌치에는 6000억원이 배정될 계획이다. 이외에 한도대출(RCF) 형태로 3000억원이 별도 조달된다. SK쉴더스의 자체 금리는 5%대로 낮아지고, SPC는 이전과 같은 7%대 중반을 유지하는 형태다.
EQT가 리파이낸싱이 아닌 리캡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수 당시 차입한 SK스퀘어 대여금이 있다. 인수 과정에서 EQT는 SK스퀘어로부터 4500억원을 차입했는데, 만기가 올해 9월말이라 상환 부담이 커졌다. 기존 인수금융의 높은 금리(7% 중반)로 인한 연간 1700억원 수준의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본구조 전면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3조3000억원 규모 리캡 작업은 순항하는 듯했으나,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가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SK텔레콤이 서버 해킹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SK텔레콤 이탈자는 26만 2890명에 달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위약금 면제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홍원표 SK쉴더스 부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SK쉴더스 측은 "이번 사임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 일신상의 이유로 인한 것"이라며 SK텔레콤 해킹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타이밍상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관계자는 "SK쉴더스가 리캡을 앞두고 SKT 유심 해킹이 터져서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며 "SK텔레콤도 SK쉴더스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었는데 하필 보안사고가 터졌으니 우려가 크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쉴더스의 몫이고 책임인지는 모르겠지만, KB금융이 총 3조원을 주선하는 상황에서 대주단의 반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인수금융 관계자도 "금융기관들이 SK쉴더스 리캡 대주단 참여를 위해 초기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심의가 본격화되면 SK텔레콤 사태를 두고 내부에서 여러 우려의 말이 나오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CMS)과 정보보안을 양축으로 하는 통합보안 기업이다. SK그룹에서 분할 매각된 이후에도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전체 정보 보호 부문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SK쉴더스 측과 보안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해킹 사건은 네트워크 장비 보안 문제이고, 이는 SK쉴더스와의 계약 범위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대주단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SK텔레콤은 해킹 사태로 26만여명의 고객이 이탈하고, 국회에서 위약금 면제 요구까지 나오면서 최대 2조원의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SK쉴더스의 핵심 고객사인 SK텔레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아가 SK쉴더스의 매출과 수익성에 어떤 타격을 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리캡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칠 또다른 변수로 모집 금액의 규모를 꼽고 있다.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서 3조원이 넘는 거래는 흔치 않은 데다, 일부 기존 대주단이 부담을 느껴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대주단 구성도 난제로 떠올랐다. KB금융이 사실상 대부분을 주선하는 만큼, 기관 투자자들의 투심이 냉랭해질 경우 KB금융 측의 미매각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KB금융이 소화하지 못한 나머지 물량을 언더라이팅해야 하는데, 3조원 규모면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K쉴더스 리캡 통해 금리 낮추려는 EQT
KB국민은행·KB증권이 3조원 주선해야
셀다운 시작 단계부터 'SKT 악재' 부딪혀
"조단위도 부담인데…시장 우려 커"
KB국민은행·KB증권이 3조원 주선해야
셀다운 시작 단계부터 'SKT 악재' 부딪혀
"조단위도 부담인데…시장 우려 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