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일부 사업부 마곡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입력 25.05.12 07:00
"공실 채워야 건물도 팔린다"
롯데건설, CP1·CP3-2 등 입주 검토
토목·플랜트 사업부 이주 시동
내부 수요 활용해 유동성 확보 총력
  • 롯데건설이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사업본부의 사무실을 서울 마곡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사업본부는 현재 외부 건물에 임차해 근무 중이며, 각각의 임대 계약이 올 가을부터 내년 초 사이 만료된다. 

    롯데건설은 신사옥 이전지로 마곡 내 CP1 필지에 들어선 '르웨스트 시티타워'와 CP3-2 필지에 위치한 '케이스퀘어 마곡'을 검토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롯데건설이 시공했으며, 일정 지분도 보유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플랜트와 토목사업본부가 외부 사무실에 임차해 있는 상태이며, 각 본부의 임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사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CP1과 CP3-2 모두 이전 후보로 보고 있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이전을 단순한 공간 재배치 이상의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마곡 내 복합개발지인 CP1 등 4개 필지의 시행사 '마곡마이스PFV㈜'에 대해 공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보유한 지분율은 CP1(68.45%), CP2(86.89%), CP3-1(85.46%) 등으로 확인된다. 

    이 중 CP3-2에 위치한 '케이스퀘어 마곡'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코람코마곡MICE리츠가 약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건설은 나머지 약 30%를 들고 있다. 회사는 최근 이 지분을 유동화하기 위해 자문사들과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CP3-2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에서 발생한 808억원 규모의 지분법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기도 했다. 개발·시공을 직접 수행한 만큼 자산 효율성 제고와 재무개선을 위한 내부 이전은 회사에 유리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외부 오피스를 계속 임차하면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 자체 시공 오피스를 활용하면 고정비 절감과 공실 리스크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롯데건설의 유동성 방어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자산 유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곡 CP3-2 지분 외에도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이나 세일앤리스백,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신사업 이익을 늘리겠다는 '2030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자, 238.4% 수준인 부채비율을 2030년까지 150% 이하로 낮추기 위한 대응이다.

    이 가운데 CP3-2 지분 유동화는 롯데건설 입장에서 다소 답보 상태다. 약 2000억원 규모 유동성확보를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내놨지만,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자문사를 선정해 원매자 탐색에 나선 상태지만, 임차 수요 부족에 따른 공실 우려가 거래 성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머지 70%를 보유한 코람코자산신탁도 추가 매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금주 IM을 발송해 5월 이후 매입 의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결국 직접 입주해서 공실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읽힌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회사 일부 부서를 CP3-2 오피스로 이전해 공실을 메우면, 원매자 입장에서도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률 가시성이 확보돼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오피스 자산 거래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요인이 바로 공실 리스크였던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포석이란 평가다.

    대형 건설사들도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사옥을 이전한 바 있다. GS건설은 2013년 서울역 인근 사옥을 자산운용사에 매각한 뒤, 자신들이 시공한 종로구 '그랑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당시 시행사와 책임분양 약정을 맺고 있어, 공실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접 입주에 나선 것이다.

    한 부동산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공실이 큰 상황에서 외부 임차인을 기다리기보단, 시공사가 일부라도 직접 입주하는 것이 매각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건설사는 IT기업처럼 핵심 인력 유출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마곡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자연스럽게 '다운사이징'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기획, 마케팅 등 대부분의 핵심 스탭부서가 본사에 근무하는 구조"라며 "건설회사도 IT업종만큼 핵심인력 유출에 예민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