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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주가가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날아가고 있다. 주택용 태양광 사업이 22% 수준의 마진을 기록하며 대박 조짐을 보인 덕이다. 당기순손실은 대폭 줄었고 올해로 태양광 투자도 마무리되니 재무 불안에 대한 걱정 대신 성장 기대감이 커졌다. 덕분에 주가는 한 달여 만에 70% 이상 뛰었다.
그러나 성적표를 곱씹어 보며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해외 사업장의 지배구조가 복잡한 데다 회계적 판단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지점이 많아 판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역시 태양광 사업이다. 시장 예상을 훌쩍 넘겨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게 1분기 실적의 주요 골자였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수년 태양광 사업에 조 단위 투자를 집중하며 부진한 케미칼(화학) 사업 대신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왔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 셀 제조 사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판가 경쟁으로 적자를 지속해왔다. 최근 미국 내 생산세액보조금(AMPC)에 추가 인센티브(DCA), 동남아산 수입 물량을 규제하는 반덤핑(AD), 상계관세(CVD) 판정까지 확보하며 입지가 달라지고 있었지만 미 행정부가 2026 회계연도에서 관련 항목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작년 도입한 주택용 태양광 사업의 제3자소유(TPO) 모델이 판을 뒤집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싱 자회사 엔핀을 통해 리테일 시장을 공략하고 장기요금 수익 기반 유동화(ABS) 자산을 활용하는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1분기 TPO 덕에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는 13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이 직전 분기 대비 44% 하락했음에도 수익성은 두 자릿수 이상 개선됐다.
주택용 태양광 사업만 따로 발라내면 수익성이 22%를 넘겼다. 엔핀 출범 3년, TPO 모델 도입 1년 만에 이익률 20%가 넘는 알짜 사업이 된건데, 숫자가 너무 좋아서 그대로 믿어도 될까 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적 발표 자료에서 금융, 비금융 부문이 별도로 표기됐지만, 올해부터는 구분이 사라지면서 IR 당일 투자자들의 질문이 집중되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제조, 판매 외에 캐피탈 부문 이자수익을 합쳐서 10% 초반 마진을 기록하고 네이버 같은 SW 플랫폼 기업도 마진율이 18% 안팎"이라며 "22%면 반도체랑 비견될 정도로 알짜라는 얘기인데, 업황이 아직 안 좋고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이 정도 숫자를 달성했다고 하니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좋은 사업이라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태양광 설비를 장기 임대하는 렌탈 사업에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정도의 금융 모델이라면 신규 설치 수요가 끊임없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정책 수혜까지 지속돼야 '해자'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 한화솔루션이 현지 법인에 제공한 채무보증 규모는 6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화솔루션 자기자본의 60% 수준인데, 수익성이 그렇게 높다면 모회사 보증 없이 자체 체력으로 조달이 가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에선 슬슬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행정부는 국방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및 기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놨다. 물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축소하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태양광과 유사한 구조인 2차전지 업계에선 이미 해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달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IR에서 제시한 청사진을 일단 받아들여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해외 법인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TPO 사업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라며 "1분기에 보여준 숫자가 지속된다는 게 입증되면 주가는 이보다 더 뛰겠지만, 그때까진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주택용 에너지 사업의 영업이익에는 ABS 유동화, TPO 자산 매각 외 금융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라며 "미국 주택용 시장이 금리 부담으로 한때 위축됐지만 2025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2035년까지 연평균 약 8%의 성장이 전망된다. 당사 제조, 브랜드 경쟁력이 맞물려 향후 지속 성장하는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신중한 시선이 나오는 건 당장 한화솔루션의 재무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1분기 말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약 1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까진 버는 돈 이상으로 태양광 관련 설비투자(CAPEX)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전체 차입 부담이나 이자비용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에만 1조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 당기순손실이 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회계상 비현금 항목을 제외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16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분법 관계사인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의 평가이익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화임팩트가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한화오션 보유 지분 9.3%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PL) 계정으로 재분류하면서 주가 상승분이 줄줄이 당기순익에 영향을 미쳤다. 상장사인 한화오션 지분의 시가가 오르내리는 만큼 한화임팩트의 당기손익이 변동되면, 한화임팩트 지분 47%를 보유한 한화솔루션의 연결 당기손익에도 지분법 이익이 반영된다.
현금이 드나들진 않았으나, 한화오션 주가가 오른 것만으로도 한화솔루션 당기순손실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한화임팩트가 지난 3월 한화오션 지분 5%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해 2분기부터는 회계적 착시는 줄어들 예정이다. 회사도 IR을 통해 2분기 이후 한화오션 지분 변동으로 인한 당기손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핵심은 결국 한화솔루션이 실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개 분기 연속 당기순손실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작년 기준 한화솔루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152억원, 연간 이자비용의 약 70% 수준으로 집계됐다. 회계적 비용을 제하고 회사가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1년치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얘기다.
1분기 성적표에서 드러난 개선 신호가 하반기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면 작년 연말처럼 재차 재무 불안이 불거질 수 있다. 주택 태양광 사업의 고수익 구조는 물론 미국 정부의 보조금 등 정책 변수도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유상증자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돼 왔는데, 최근 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증 문제로 당국의 견제를 받았던 터라 정무적 부담이 상당하다"라며 "1분기 실적 발표 내용이 그대로 입증돼야 할텐데 정책적 변수가 많이 껴 있어서 판단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부진한 업황 속 22% 고마진 알짜 사업 부상한 TPO 모델
기대이상 성과에 주가는 폭등…신중한 반응도 적지 않아
한화오션 주가 상승發 착시 걷어내면 당기순손실은 여전
美 보조금 불안에 과중한 차입금…지속가능성 입증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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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