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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배터리 셀사들이 적자의 늪을 탈출하기 위한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다. 현재 ESS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관세 등 대중 견제가 심화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ESS용 배터리의 성장세에도 전기차의 수요 회복 없이는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 3사가 모두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가운데 흑자전환에 성공한 회사는 LG엔솔 한 곳에 그쳤다. LG엔솔은 1분기 영업이익은 3747억원으로, 보조금을 제외하면 8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4341억원, 29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완성차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등 어려운 상황 아래 배터리 셀사들은 ESS용 배터리에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ESS용 배터리 시장은 신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확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ESS용 배터리 시장은 올해 300GWh 규모로 예상되며, 2035년 61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LG엔솔은 오는 2분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 조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ESS 라인 전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라인 전환을 통해 작년 대비 20% 수준의 ESS 캐파(CAPA·생산능력)를 증량하고 있으며,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온 또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수주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중국의 ESS용 배터리 점유율은 미국 시장의 80% 이상, 유럽 시장의 75% 이상에 달한다. 그럼에도 대중 견제가 심화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국내 배터리 셀사들이 그 빈 틈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국내 셀사들은 미국 현지 공급망이 구축된 데다, 고객사들도 중국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엔솔을 필두로 국내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현지 공장 등 공급망을 깔아놓는 등 관세 부담이 덜하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국 견제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에도 중국산 배터리 사용은 부담으로 작용해 국내 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중국산 배터리에 156%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유럽 역시 중국 견제와 함께 현지 생산을 강조하고 있어 CATL이 헝가리 공장을 증설하는 등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ATL은 앞선 독일 공장의 캐파가 빠르게 오르지 않고 있는 점을 근거로, 헝가리 공장도 계획대로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용평가사의 한 연구원은 "중국산 배터리 가격이 올라도 중국 업체 대비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LG엔솔의 르노 수주 사례처럼 완성차 입장에서는 중국의 리스크를 고려한 이원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격 외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ESS용 배터리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명확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휴 생산 라인을 일부 ESS용으로 전환해 실적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시장이 회복돼야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증권사 연구원은 "ESS용 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용이 75~80%, ESS용과 소형전지 등이 15~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용의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전기차 수요 회복 없이는 배터리 시장도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더불어 ESS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NEF(BloomBergNEF)는 2026년 ESS 시장의 성장세가 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국과 미국 ESS 시장은 내년에 9%, 13%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 2일 백악관이 발표한 2026 회계연도 스키니 버짓(Skinny Budget)에 따르면, 실패한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프로그램을 위해 지원됐던 IIJA(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기금 57억달러도 취소될 예정이다.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국내 배터리 셀사들이 보조금 없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IRA 보조금의 불확실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LG엔솔, 2분기 미시간 공장 ESS 조기 양산
삼성SDI·SK온도 미국 내 ESS 확대 움직임
"對中 견제로 국내 셀사 경쟁력 높아질 것"
전기차 시장 회복없이는 한계 있다는 지적도
삼성SDI·SK온도 미국 내 ESS 확대 움직임
"對中 견제로 국내 셀사 경쟁력 높아질 것"
전기차 시장 회복없이는 한계 있다는 지적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