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10년물 발행하는 SK㈜…빅이슈어 자신감 회복?
입력 25.05.14 07:00
SK㈜ 회사채 만기 구조 '3·5·7·10년물'
계열사 악재에도 투자 심리 우호적
"보험사의 장기물에 대한 수요 크기 때문"
  •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에 10년 만기의 공모 회사채를 찍는다. 직전 발행 당시 7년물과 10년물을 검토했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트랜치(만기)를 3년물과 5년물로만 재구성한 바 있다. 보험사들의 장기물 투자 수요에 맞춰 수요예측 투심은 우호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AA+)는 총 2500억원 규모로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5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트랜치별로는 3, 5, 7, 10년물을 발행하며, 구체적인 발행액은 아직 논의 중이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오는 21일 수요예측, 29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주관사는 KB증권을 단독으로 택했다. 최근 주관사단 대형화 흐름과 반대되는 행보인데, 투자 수요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채무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SK는 ▲6월 3400억원 ▲9월 4050억원 ▲12월 2800억원 등의 순으로 공모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특히 트랜치 구조에 주목할 만하다. SK의 공모채 발행은 지난 3월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당초 3, 5, 7, 10년물로 트랜치를 구성했으나 수요예측 직전에 3, 5년물로만 발행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2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이뤄지기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낮추면서 만기 구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기 보다는 조달 비용을 낮추는 선택을 한 셈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SK㈜는 지난해 11월 발행에서도 수요예측 직전에 7년물을 제외하는 등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만기 구조 전략을 짜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SK㈜의 마지막 10년물 발행은 지난 2023년 9월이 마지막이다. 앞서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 등 장기물로 수요예측 시험대에 오른 계열사들이 양호한 수요예측 성적표를 거뒀기 때문에 지주사의 장기물 발행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월 총 2000억원으로 공모채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수요예측에서도 3년물 500억원 모집에 5400억원, 5년물 600억원 모집에 3800억원, 10년물 300억원 모집에 3100억원의 주문이 모인 바 있다. 조달 금리도 각각 2.755%, 2.868%, 2.970%로 2% 후반대에서 형성됐다.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연이은 실적 부진,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 등은 그룹사에 대한 악재로 꼽힌다. 지주회사인 SK㈜의 신용등급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그룹 주력사들의 신용도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수요예측 결과에 대해 우호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의 장기물 수요가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 간 듀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 장기물을 꾸준하게 사들일 수밖에 없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실 관계자는 "올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MBS 발행이 크게 줄어 보험사의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우량물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큰 문제 없이 자금이 모인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AAA급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발행에서 10년물이 드물다"면서도 "SK그룹 발행사들은 꾸준히 10년물을 찍고 있으며, 금리 인하 기조로 접어들고 있어 비교적 금리가 높을 때 사자는 심리가 장기물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