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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올해 들어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세 번째 조(兆) 단위 유상증자다. 증권가에서는 "2년 전 계획을 밝혔던 유증이 드디어 실행된다"며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차전지 소재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 지난 유상증자 때처럼 성장 기대감을 원동력 삼아 주가가 반등하는 흐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장 마감 후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신주 1148만3000주를 1주당 9만5800원에 발행하고, 기존 주주에게 배정한 뒤 실권주 발생 시 일반 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분율(59.7%)만큼 배정받는 신주 전량을 인수해 약 525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할인율은 20%, 증자 비율은 14.82%로, 최근 5년간 유사한 방식의 대규모 유증 평균 할인율(19.2%)에 근접한다. 증자 비율도 같은 기간 평균치(35.4%)보다 낮아, 주가 희석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발표 다음날인 14일 기준 11만4000원대에서 거래됐다. 전일 대비 4.5% 하락했지만, 유상증자 규모에 비해 낙폭은 크지 않다. 이미 시장에서 예견된 유증이었던 데다, 주가가 사전 낙폭을 거쳤고, 포스코홀딩스의 전량 참여가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유상증자는 삼성SDI와도 비교된다. 삼성SDI는 12일 신주인수권 거래를 마쳤고, 곧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 자금을 마련하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삼성SDI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완제품을,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사에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를 공급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현재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수익 확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수해 수익을 내려면, 주가가 최소 1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신주인수권 이론가는 약 2800원으로, 현재 주가(11만4700원)와 발행가(9만5800원)의 차익에 배정비율(0.1482)을 곱한 값이다. 이론가를 기준으로 하면 신주인수권을 매수해 수익을 내려면 주가가 10만4000원 이상이어야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이보다 낮을 경우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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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 시점에서의 투자포인트는 '주가 10만원대 방어 가능성'이다. 주가가 10만원대 이상을 유지한다면 신주인수권을 활용한 수익 실현이 가능하고,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율만큼 참여하면서 신뢰를 더한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는 일정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주가 흐름은 낙관하기 어렵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2023년 7월 고점(69만원) 대비 80% 가까이 하락했다. 1년 전 주가(25만원)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줄었다. 과거인 2021년 1조2700억원 규모 유증 당시에는 2차전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지금은 전방산업이 투자를 축소하고 가동률을 줄이는 상황이다.
1분기 흑자전환(영업이익 172억원)이라는 긍정적 신호는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추정치가 계속 하향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4년 전 유상증자 당시엔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번에는 '캐즘'을 지나 실제 실적을 보여줘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심사라는 추가 허들도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유상증자에 대해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결국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정정하고 유증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대형 유상증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웃는 곳은 주관사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세 건 모두에 참여해 유상증자 수수료 100억원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34억원, 삼성SDI에서 10억원, 포스코퓨처엠에서 8억원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23억원, 10억원, 12억원씩 받는다.
예고된 유증에 시장 충격은 제한적
신주인수권 수익은 '주가 10만원 방어'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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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14일 15: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