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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이틀째 급등세다.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권 교체 시 정부가 한진그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경영권 분쟁 현실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콜마그룹도 남매 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의 교집합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14일 한진칼은 주가가 29.94% 상승하며 종가 15만600원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상한가 수준인 29.93% 급등했다. 이는 12일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대한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여파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20.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인 호반그룹 외에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 각각 14.90%, 10.58%를 보유 중이다. 이들을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면 최대주주 측 우호 지분율은 45.61%에 달한다. 추가 우호 지분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일각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이 실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호반 측은 이번 지분 확대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이후 지분을 늘려오면서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반의 지속적인 매입 배경을 놓고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호반그룹이 지분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며, 이는 향후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달 초 예정된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이 교체될 경우, 정부와 산업은행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주도하고,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조원태 회장 측을 지원해 왔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경쟁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사실상 독점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통합 대한항공’ 출범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7년 전후 산업은행이 지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에 따라 지배구조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권이 바뀔 경우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에 더는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산업은행과 델타항공이 우호 세력으로 남아 있는 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긴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정책 방향이 바뀌거나 델타의 입장이 변하면 경영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뷰티 대표주자로 호실적을 내고 있는 콜마그룹도 돌연 ‘남매 갈등’이 번지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주사 콜마홀딩스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가 이사회 개편을 놓고 송사를 벌이고 있다. 건기식 사업이 부진하다며 오빠가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동생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지주사는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주의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는 장녀 윤여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현재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율 44.63%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분 구조상 콜마홀딩스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콜마홀딩스의 경우 윤상현 부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8.4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이 31.75%,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7.6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콜마홀딩스에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지난 3월 달튼은 콜마홀딩스 지분율을 5.01%에서 5.69%로 늘렸고,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는 콜마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현재로선 달튼인베스트먼트가 행동주의 전략 외에 경영권 분쟁 등을 고려하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이다. 오너가 갈등(?)과는 독립적인 투자로, 특정 주주 측과의 교감이 있는 분위기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3월 주주제안을 정기주총에서 받아들이는 등, 현재로서는 회사 측과 달튼 측이 원만한 관계로 파악된다.
한 지배구조업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상 장녀가 7% 정도 보유하고 있어 독립적으로 어떤 행동에 나서기는 힘들어 보이고, 만약 행동주의 펀드나 다른 주주들과 엮어 나선다면 시끄러워질 수는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갈등이 나타난 것은 아니라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호반 지분 확대에 주가 급등
정권 교체 시 '우군' 정부 변화 주목
콜마 남매간 갈등…행동주의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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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 남매간 갈등…행동주의도 영향?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14일 14: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