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에 자꾸 언급되는 '호반그룹'…LS·한진·HMM까지 기웃
입력 25.05.15 07:00
호반, 한진칼 지분 18% 확보…조원태 회장 일가와 1.5%P 격차
한진-LS그룹 긴장하는 가운데 "단순투자" 믿기 어렵단 분위기
유동자산 8조 육박…주가 차익도 경영권 도전도 가능한 구조
정권 교체기 대관 강화와 무관치 않단 평…HMM까지 거론 중
  • 대통령 선거 일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호반그룹 사명이 부쩍 각지에서 회자된다. 연초 LS그룹을 시작으로 최근 한진칼 지분까지 잔뜩 확보하면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을 겨냥해 대관 라인을 확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에도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인수설까지 제기되는 판이라 단숨에 시장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호반그룹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이 18.46%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13일 개장과 동시에 한진칼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해 전 거래일보다 29.93% 오른 11만5900원에 마감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 지주사다 보니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19.96%)와의 지배력 격차는 1.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호반그룹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한진그룹 내부에선 정반대 분위기가 감지된다. 호반이 지난 2022년 KCGI에서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와 콜옵션 구주, 신주인수권 행사 지분까지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지 3년 만에 조 회장 일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진이 최근 LS그룹과 협력을 강화하고 우군 델타항공과 접촉을 늘리는 것도 호반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이 두 달전까지는 LS그룹 지배구조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입하고 있었던 터라 LS-한진그룹 공동의 적으로 부상하는 중"이라며 "호반그룹 내부에 쌓인 현금이 많고 대관 역량도 강하다는 평이 많아서 양사의 불쾌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순수 투자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의도를 특정하긴 어려워도 호반그룹 자금 동원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연말 기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주력 계열사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7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13일 종가 기준 한진칼과 ㈜LS의 시가총액이 각각 7조7000억원, 4조6000억원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재벌 그룹사 사이에서는 금기시될지 몰라도 이렇게 장내매수로 지배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자문사가 낄 여지도 없고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라며 "여유자금이 풍족한 호반 입장에선 이대로 주가가 오르는 것도 좋고, 유사시 경영권을 넘보기 쉬워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가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상황도 호반 측 행보에 눈길을 끌게 하는 요인이다.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올 들어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대관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정권 교체기 어떤 자신감이 각각 국적항공사와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망을 보유한 한진, LS그룹을 동시에 상대하는 식으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각에서 호반그룹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년 전 HMM 인수합병(M&A)에 관여했던 실무자 사이에서도 해양진흥공사 지분 문제를 해소하기 전까진 정부가 매각 작업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는 있다. 그러나 수개월 전부터 HMM 새 주인으로 호반그룹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호반은 2년 전 하림그룹의 HMM 인수 추진 당시 가려져 있던 최종 조력자이기도 했고, 한진칼과 HMM은 각각 항공·해상 물류로도 엮이니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날까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 대형 M&A로 재계 서열이 뒤바뀐 사례가 있어서 호반그룹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