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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포스코퓨처엠을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세 번째 '조단위' 유증 중점심사 대상이다. 시장 안팎에선 '유증 중점심사’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짙다. 금감원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좁은 데다, 심사 기준이나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퓨처엠은 13일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금감원은 다음 날 곧바로 중점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중점심사 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월이다. 금감원은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겠다며 유상증자·IPO와 관련된 증권신고서 심사 방침을 공개했다. 당시 16개 증권사를 모아 간담회를 열고 중점심사 기준도 제시했다. 기준에 미달하거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큰 경우, 증권신고서 정정이 이뤄질 때까지 중점심사를 이어가겠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새 규제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취지나 개입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하는 사안인데, 금감원이 이를 '검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어렵다"며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우지만, 금감원이 결국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행보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제스처라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작년 하반기, 이수페타시스와 금양이 돌연 대규모 유증을 발표하며 소액주주 반발이 커졌고, 이후 이복현 금감원장이 '소액주주 보호'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유상증자 중점 심사'라는 제도를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점심사 기준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는 분석이다. 중점심사 대상 1호였던 삼성SDI는 유증 추진 배경에 '차입 지속 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등을 자진 기재해 사실상 별 탈 없이 신고서가 통과됐다. 반면 2호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정정 분량만 1243쪽에 달했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이었던 데다 투자금 사용처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일정 수준의 정정 요구에는 공감대도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장이 유증 필요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함께 내놓으면서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는 시장의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결국 한화에어로는 2차 정정신고서에서 유상증자 추진 배경, 자금 사용 계획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4월 8일 기자단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고, 유튜브 출연, 시민단체 면담 등 외부 채널을 통해 투자자 설득에 나선 사실도 상세히 기재했다.
다만 중점심사 제도의 가장 큰 도입 취지였던 ‘주주가치 훼손 방지’에 대해선, 실제로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주주와의 소통 강화’ 항목을 추가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금감원의 요구에 대응해 기업이 하는 일은 정정신고서에 'IR을 강화했다'는 내용을 덧붙이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삼성SDI는 정정신고서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을 추가 기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4월 8일 기자단을 대상으로 미래비전 설명회를 열고, 유상증자 배경과 약 1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중장기 경영 목표(매출 70조·영업이익 10조)를 공유했다"는 내용을 명시했고, "유튜브 출연, 시민단체 면담 등 외부 채널을 통해 증자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는 대목도 넣었다. 증자 필요성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나열하듯 기재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재무건전성이나 경영 전략 차원에서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엔 금감원이 도대체 어떤 부분을 문제 삼고 정정을 요구할지가 관심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는 "이수페타시스나 금양처럼 사고 친 곳에 칼을 빼들더니, 막상 삼성이나 한화 같은 대형사의 유증엔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걸 보면 결국 금감원이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라며 "실효성 있는 심사라기보다, 그냥 주주 소통 강화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취재노트
포스코퓨처엠…'조 단위 유증' 또 금감원 심사대
취지는 소액주주 보호지만, 개입 실효성엔 물음표
사실상 'IR 강화 기재' 외 의미 없단 지적도
포스코퓨처엠…'조 단위 유증' 또 금감원 심사대
취지는 소액주주 보호지만, 개입 실효성엔 물음표
사실상 'IR 강화 기재' 외 의미 없단 지적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15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