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초대형 유상증자 몰렸는데...증시 반응 담담한 이유는?
입력 25.05.22 07:00
삼성SDI·한화에어로·포스코퓨처엠, 연달아 유증 발표
최근 2~3년 사이 대규모 유상증자 한달 수익률 '양호'
시장 자금 여력 충분…코스닥 IPO 청약에 수조원 몰려
"채무상환 목적이면 외면"…세 기업 모두 투자 목적
조 단위 유증 후 한 달 수익률 '양호' 학습효과도
  •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조 단위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이전과는 다르게 '소화'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유동성 등 수급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아직까진 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 증자를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익률 역시 최근 트랙레코드는 양호하다는 평가다. 최근 2~3년 사이 진행된 '대규모 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구주주 혹은 투자자들이 대부분 수익을 시현했다. '성공의 기억'이 쌓인 데다 시중 유동성 역시 풍부해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증자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이 최근 두 달 간 잇따라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SDI는 최종 발행가액을 확정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차례 정정요구를 받았지만 예정대로 증자를 진행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이들 증자가 큰 무리 없이 소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본적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가 많다. 

    삼성SDI의 경우 최종 발행가가 14만원인데, 현재 주가는 16만~17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차 발행가액은 53만900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80만원대를 기록 중으로,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2008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와 구주주 대상 청약률이 100.25%에 달해 일반공모 청약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일 전날 대비 6.35% 떨어진 10만7700원에 장을 마감해 1차 발행 예정가액인 9만5800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SDI 사례처럼 주가가 하락하며 예정 발행가액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삼성SDI는 첫 유상증자 공시 당시 예상 발행가액은 16만9200원이었지만 주가가 하락하며 최종 발행가액을 14만원으로 확정했다. 

  • 결국 개인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수익률'인데, 최근 2~3년 동안 CG CGV를 제외한 조 단위 유상증자를 진행한 기업들은 신주 상장 한 달 후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신주 상장 한 달 뒤 24.3%를, SK이노베이션은 11.4%, LG디스플레이는 13.5%, 한화오션은 49.1% 수익률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청약률이 87.7% 수준으로 기관의 공매도 매물까지 겹쳤지만 한달 뒤 수익률은 11.4%로 양호했다. 

    유일하게 실패 사례로 꼽히는 건 CJ CGV 정도다. 당시 발행가 5560원이었지만 한 달 뒤 주가는 5110원에 그쳤다. 

    최근 유증을 발표한 세 기업의 공통점은 조달 자금을 '선제적 투자'에 쓴다는 점이다. 이번 유상증자 목적에는 채무상환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로 꼽는 시각도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방산 생산기지 구축과 조선 합작법인(JV) 투자에, 삼성SDI는 GM과의 JV 및 헝가리 공장 증설,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도 캐나다 GM JV 양극재 공장과 국내 공장 생산능력 확대에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과거 채무 상환을 목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기업들은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6월 1조1400억원 유상증자 당시 유상증자 조달 금액 중 30% 수준인 35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채무 상환 비중을 줄이고 대부분을 신사업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수정했다. 

    비슷한 시기 CJ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5700억원, 제3자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하는 CJ로부터 감정 가치 4444억원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받기로 했다. 조달 금액 대부분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기로 발표하며 유상증자 발표일 약 1만원이었던 주가는 약 2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주식자본시장(ECM) 내 자금 수급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통상 조 단위 공모가 연이어 나오면 수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재 시장엔 대기 자금이 부족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근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일반청약에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몰리며 조단위 청약 증거금을 모으고 있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 인투셀은 지난 13~14일 일반청약에서 7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이는 연초 LG CNS에 21조원이 몰린 이후 최대 규모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시장에 대기 자금이 충분하다. 특히 이렇게 정권 교체 시기에는 증시 활성화 정책 등으로 인해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받는 영향도 있고, 고객 예탁금도 늘어나며 담당하고 있는 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모에 실패한 이유는 절대 수급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 삼성전자, ㈜한화가 100%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지분율 희석률을 낮췄다는 점 역시 긍정적 평가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유상증자에 대한 초과 청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는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모두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고, 성장 산업에 속해 있다"며 “딜 구조 자체도 무난한 편이어서 시장에서 소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