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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 서비스 중심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기업상장(IPO)을 앞두고 그룹에서 '가장 잘나가는' SK하이닉스의 후광을 받아 새로운 에쿼티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새 사업이 기존 사업의 매출을 대체할지가 관건이다. 또 기존 사업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체성 혼란과 관련한 시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의 사내독립기업(CIC)인 SK머티리얼즈 산하 자회사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반도체 소재 기업을 연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네 기업의 작년 합산 매출액은 약 3500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는 IPO를 앞두고 '반도체 종합 서비스' 중심의 에쿼티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에쿼티 스토리는 5년 동안 수차례 바뀌었다.
SK건설은 지난 2021년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며 기존 건설·플랜트 중심 사업 구조를 친환경 사업 구조로 체질을 개선했다. 2020년 이후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수처리·폐기물·매립지 등 사업장을 인수했다. 그러나 폐기물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폐기물 처리단가가 줄며 수익성이 꺾이기 시작했다. 연 30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올해 환경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 매각을 추진했다. 이외에도 해상풍력 및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는 SK오션플랜트 매각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IPO를 앞두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SK에코플랜트는 작년부터 SK㈜에서 반도체 사업을 넘겨받으며 친환경 사업이 빠진 공백을 메우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과 FAB(제조공장) 등 반도체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구축 노하우를 기반으로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SK테스(리사이클링)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더해 반도체 소재 부문까지 강화하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밸류체인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SK㈜의 잇따른 반도체 자회사 이관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보인다는 평가인데 결국 사업조정(리밸런싱)으로 확보한 반도체 사업이 친환경 사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작년 말 기준 환경사업의 매출액은 1조6843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SK에어플러스는 3233억원, 에센코어는 1조1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에서 수혈받은 반도체 관련 기업의 매출 합은 1조6834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기존 차입부담 수준과 편입 자회사의 이익 창출 규모를 감안 시 즉각적인 재무부담 완화 효과는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갓 탈바꿈한 상황에서 회사 정체성에 관한 혼선은 여전하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매각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는 건설, 친환경, 반도체 소재 등 이종 산업이 혼재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IPO가 불발될 경우 모회사 SK㈜가 물어내야 할 재무적 투자자(FI) 투자금을 회피하는 데 우선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의 프리IPO 유치 당시 전환우선주(CPS) 투자자들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해야 한다. 기간 내에 상장을 못하고 SK㈜도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는 CPS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배당률은 첫 해 5%이며 이후 3%p씩 증가한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SK에코플랜트의 중장기 일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반도체 테마로 밀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설계·조달·시공(EPC)은 결국 건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작년 말 별도 기준 매출채권은 1조2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88.37% 증가했다. SK하이닉스 프로젝트 착공 영향으로 풀이된다.
IPO 성사를 위해 기존 사업부에서도 재무 안정에 무게는 두는 모습이 엿보인다.
건축·주택부문은 사업 방향을 정하는 데 연초부터 오랜 기간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매출 인식이 늦게 이뤄지는 수주 사업의 추진 여부에 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를 앞두고 외형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매출이 뒤늦게 반영될 경우 IPO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도시정비사업에서 마수걸이 수주가 늦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비사업은 현재로선 서울 중랑구 면목7구역 재개발사업이 유일하다. 이는 작년 1월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내며 연초부터 수주에 성공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는 그룹 차원에서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집중해 시너지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SK에코플랜트 또한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사업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사업, 환경사업 매출 대체할까
순탄치 않은 환경사업 매각 작업에
당분간 이종 산업 혼재 이어질 전망
"그룹 차원의 반도체 지원 의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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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