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이런 가운데 13년 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끈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의 역할론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단순·인적분할로 올해 10월 신설 지주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가 설립된다. 신설 지주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전반적인 R&D를 관리·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또 다른 자회사를 마련해 사업도 확장한다.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로 삼성그룹의 '미래'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매물을 찾아왔으며,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통해 이런 계획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런 변화는 고 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가시화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업 특성상 분할 공산이 컸지만, 고 사장 인사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다. 고 사장은 삼성그룹이 바이오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함께 했으며, 이재용 회장과도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외길'을 걸은 고 사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해 삼성그룹이 바이오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향후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산업의 꽃인 '신약'에서는 성과가 없다. '바이오'를 미래 사업으로 키우려면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한승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 당시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이를 중단했다. 고 사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삼성그룹의 바이오 신사업의 방향을 그리고 있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다시 상장에 도전할 여지가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약 개발과 M&A에 나서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만들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은 시기상조"라면서도 "5년 동안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기한'을 내걸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분할을 통해 R&D에 더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연구한 김경아 대표이사가 고 사장의 후임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할 계획이기도 하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추진할 바이오 분야 기술 투자가 기존 사업인 바이오시밀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몇몇 바이오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런 기술 기업은 신약 자체를 개발하기보다 개발 기술을 보유한 곳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약 자체를 개발하기는 성공 가능성이 적지만, 개발 기술을 만들어 수출하면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 등 글로벌 빅파마와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도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술 플랫폼 구축을 비롯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한승 전 대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바이오' 방점 찍은 삼성…인적분할 등 변화 쇄도
'바이오' 방점 찍은 삼성…인적분할 등 변화 쇄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3일 19: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