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법인 2조 IPO 강행 안 해 '천만다행'
입력 25.05.26 07:00
IPO 부정 변수는 완화 추세
미국과 관세 협상 조율 중
파키스탄 교전은 일단락
  • LG전자 인도법인의 상장(IPO) 일정 연기가 되레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4월 중순경 인도법인 IPO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등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돼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직후인 4월 말 인도와 파키스탄의 교전까지 발생하며 인도 증시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LG전자가 3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서 예비심사서류(DRHP) 승인을 받고 IPO에 바로 나서지 않은 점이 행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IPO 작업을 강행했다면 기업가치 저평가, 수요예측 부진 등 LG전자에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했을 거란 게 중론이다. 

    IPO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던 주요 변수들은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가 지난 10일 휴전에 합의하며 긴장이 일단락된 모습이다. 다만 두 나라가 휴전 기한을 두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와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전에는 무역협정 잠정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 더 포괄적이고 상세한 합의를 진행한 뒤 양국이 무역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글로벌 상황이 진정된 이후 적절한 상장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 관련 TF 인력들은 연초에는 인도에 출장을 많이 오갔으나 지금은 소강상태로 전해진다. 인도 자본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당국의 최종 검토의견(예비승인)을 받은 날로부터 1년 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연내 글로벌 증시 불안감이 얼마나 해소될 지가 핵심이다.

    지난 4월 특별강연을 위해 서울대학교를 찾은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은 "6월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몇 개월 정도 지켜보려고 한다"며 "IPO를 통해 돈을 많이 가져오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다. 회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주주 가치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LG전자는 100% 자회사인 인도법인을 상장해 보유 지분 15%를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해 자금은 본사로 들어간다. LG전자는 이번 IPO를 통해 10억~15억달러(약 1조3863억~2조795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인도법인은 27년 전 한화 약 3117억4600만원을 투자해 설립했고, LG전자의 냉장고·에어컨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텔레비전 등 가전을 주로 판매한다. 앞서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 인도법인 IPO를 추진했지만 현지 증시 악화 문제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실적은 우상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2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늘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43억원으로 33.1% 늘었다. 연간으로는 2024년 매출 3조7910억원, 순손익 3318억원으로 2023년 대비 각각 14.8%, 43.4% 늘었다.

    LG전자는 "LG전자가 인도에 세 번째 가전공장을 착공하는 등 인도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외적인 시장 상황상 한 번 시기를 미루고 다시 적절한 시점을 잡는 게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