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당, '점점 멀어지네'...킥스 비율 하락에 새 규제까지
입력 25.05.27 07:00
올해 1분기 주요 생보사 킥스 비율 일제히 하락
해약환급준비금 적립 부담 계속 "배당 여력 없어"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까지…주주환원은 언제쯤
  • 지난해 호실적 중에도 배당에 대해 말을 아꼈던 보험업계가 올 들어선 더욱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주요 상장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데다, 배당을 둘러싼 규제 환경도 좋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기본자본비율'을 새 규제로 삼겠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배당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는 모습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은 155%로 작년 말(163.7%)보다 8.7%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 또한 4.9%포인트 떨어진 180%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도 192.4%에서 182.9%로 9.5%포인트 낮아졌다.

    이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을 비교적 넉넉히 확보할 수 있는 '해약환급준비금' 적립 기준에서 다시 멀어졌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새 회계기준(IFRS17)이 안착할 때까지 보수적인 자본건전성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은 경우 그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다만 킥스 비율이 200% 이상인 경우 적립 비율을 기본 90%에서 80%로 낮춰서 배당가능이익을 늘릴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 기준은 매년 10%포인트 낮출 계획으로, 올해 말 기준 킥스 비율이 190% 이상이라면 해약환급준비금을 80%만 적립하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당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신계약이 증가할수록 적립금 규모가 커지는 탓에 건전성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계속된 금리 인하 역시 건전성에 악재다. 금리가 떨어지면 만기가 긴 보험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크게 증가해 자본이 줄어든다. 특히 종신보험 등 장기 보험을 많이 가진 생보사가 최근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상장보험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생보사, 특히 대형사가 가진 과거 상품들은 금리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며 "연말까지 금리 인하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배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앞으로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규제 기준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후순위채 등보완자본으로 확충할 수 있는 기존의 킥스 비율과 달리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순이익을 확보해 이익잉여금을 쌓아야 한다. 

    단기간에 순이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으니 배당을 먼저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규제 기준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국이 언급한 최저치인 50% 수준으로 정해져야 현행 배당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호한 실적에도 주주환원에 미흡하다는 압박에 보험사들이 꺼낸 건 '제도 개선' 카드다. 업계는 해약환급준비금 기준과 킥스 비율 규제 완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지난 15일 실적발표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영향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계약 증가에 정비례로 준비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는 구조라 합리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제도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고 올해 주주배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연내 킥스 비율을 끌어올릴만한 근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제도 개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를 불렀던 제도 변경은 얼추 마무리됐지만, 킥스 비율이 악화하면서 보험주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기다리는 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