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결과 발표…억대 리베이트 받고 차명 투자 의혹도
입력 25.05.27 15:42
감사원, 9개 기관 '대체투자' 중점 감사
건근공 개인 비위 적발에 담당자 '파면'
군공·교공 등은 관리 부실로 대규모 손실
  •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연기금·공제회 임직원들의 개인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투자를 담당하며 컨설팅 명목으로 수 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명 투자를 해 온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 A 본부장은 지난 2019년 9월 공제회가 스페인 물류 자산 펀드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리베이트를 수취했다. 투자가 이뤄진 후 본인과 유관한 법인을 통해 현지 브로커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20만 유로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A 본부장은 2021년 서울 버스 운수기업 투자 건과 관련하여 운용사에 펀드 관리보수로 40%를 상납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당 운용사가 거부하자, 위탁 운용사를 교체해 3억원을 수취했다. 또한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통해 가족들의 명의(차명 투자)로 상장·비상장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A 본부장에 대한 파면과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다만 해당 임원은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감사원, 건근공 CIO 중징계 요구할 듯…이르면 14일 통보)

    개인 비위 뿐만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의 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군인공제회 산하 공우이앤씨는 2019년 인천의 생활형숙박시설 사업의 일부인 96억원 규모의 전기공사를 진행하며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섰는데, 사업이 무산되면서 367억원의 손실이 났다.

    군인공제회는 이 과정에서 공우이앤씨가 사업 수익에 비해 무리한 보증을 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공우이앤씨 대표와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인 공제회 실장이 문제점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군인공제회 이사장에게 주의 요구 처분을 했고 퇴직한 실장은 향후 재취업 시 고려하도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부주의한 투자를 집행해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8년 미국 시카고 오피스 담보 대출 후순위 채권에 3500만달러(약 407억원)를 투자했는데, 6년 만에 전액 손실 위기에 놓였다. 감사결과 투자 당시 '주요 임차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등의 사실은 투자심위위원회 보고에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오피스 임차인 줄줄이 나가며 임대율은 당초 86.5%에서 71.4%로 급락했고, 건물 감정평가액이 선순위 채권액에 못미치게 되자 선순위 채권자는 대출 연장을 거절했다. 작년 4월 선순위 채권자가 건물 매각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했고 교직원공제회는 투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하게 된 것이다. 감사원은 교직원공제회 이상장에게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이 밖에 경찰공제회를 비롯한 7개 공제회는 2021∼2023년 자산 운용 관련 임직원 328명 가운데 154명이 7만2천119회에 걸쳐 주식 등을 매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각 공제회에 자산운용 관련 임직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매입 제한 방안을 마련하고, 대체투자 자산 평가 시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대상 자산을 확대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이번 감사는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2022년 말 최초 자료요청을 시작으로 감사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5월에서야 실지감사가 진행됐고, 또 다시 1년이 지나서야 감사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