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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라면 유상증자 신주 발행 주식 수를 기존 발행 주식 수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LS마린솔루션 금지법'이 나와도 할 말 없을 것 같습니다. 호재성 투자 공시를 먼저 내고, 유상증자 공시를 뒤늦게 낸 것도 고의든 아니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LS그룹 성장성은 알겠는데, 장기 투자해도 될까?'는 의문을 가지는 게 우리 하우스만의 뷰는 아닐 겁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책임운용역)
LS그룹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유상증자다. 시가총액 5700억원, 자기자본 2000억원 규모의 회사가 2800억원을 증자로 조달하겠다고 나섰다. 신주 발행 주식 수가 현 발행 주식 수의 60%에 달한다. 공시 시점도 문제가 됐다. 신규시설에 투자 하겠다는 호재성 공시를 먼저 내고, 20분 후 유상증자 공시를 냈다. 그 사이 LS마린솔루션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10% 급등했다 20% 폭락했다.
최대주주인 LS전선이 증자 참여 여부나 규모를 즉각 밝히지 않은 점도 의문을 사고 있다. 이번 증자의 배경이 된 LS마린솔루션의 3500억원 규모 대형 해저케이블 포설선(CLV) 투자 결정은 사실상 모회사인 LS전선과의 일괄계약(턴키;Turn-key)를 노린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최근 전력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부문은 고압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기술적 과점 시장으로,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덴마크 NKT, 프랑스 넥상스 3사가 7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상위 3사의 수주잔고가 2030년치까지 꽉 차며, 점유율 10% 안팎의 LS전선에까지 미국 및 유럽 지역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고압 해저케이블은 길이와 무게로 인해 육상 운송이 불가능하다. 포설선을 이용한 설치 작업 역시 기술 난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상위 3사는 지난해부터 포설선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LS전선 역시 LS마린솔루션을 통해 포설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S마린솔루션의 CLV 확보는 LS전선의 핵심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계가 되는데 증자 참여를 유보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며 "이는 인수단을 증자 규모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은 8곳으로 꾸린 것과 얽혀 'LS전선이 실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LS전선의 지분율은 40%대로 LS마린솔루션 지배에 영향이 없다.
앞서 지난 16일 ㈜LS가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당 EB 발행의 배경으로 증권가에서는 호반건설의 ㈜LS 지분 매입을 지목한다. 한진그룹 역시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며 경영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공통의 '적'에 맞서 두 그룹이 연합을 형성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지분 거래는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자사주를 '대주주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지지도 1위 대선 후보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 공약을 발표하며, 타 기업들은 자사주 기반 EB 발행 절차를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한 투자금융 전문가는 "대한항공이 표면금리 0%의 '저수익 자산'에 650억원을 투자해줬으니 ㈜LS 역시 비슷한 규모의 한진칼 의결권을 확보해줘야 할 것"이라며 "차후 상법이 개정되면 이를 두고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불거진 LS발(發) 중복상장 논란은 현재 국회에서 'LS 방지법'이라는 별명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쪼개기 상장시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공약을 내놨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상장사 주주보호 의무 대폭 강화'를 내걸었다. 중복상장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축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LS그룹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은 공통적으로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방 산업의 호황으로 그룹의 덩치는 빠르게 한 단계 성장했는데, 일반주주에 대한 인식과 자본시장 활용법은 아직 이전 세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가 일반주주들과 이해관계를 최대한 동일시하려는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자세 역시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구자은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 회장은 2021년 취임 후 한 차례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 6차례에 걸쳐 ㈜LS 주식 1700여주를 장내 매입했다. 매입 총액은 약 1억5000만원이었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LS로부터 받은 급여는 2022년 25억원, 2023년 51억원, 2024년 70억원 등 3년간 총 148억여원에 이른다.
Invest Column
시총 5700억 LS마린솔루션, 2800억 전격 증자
"신주 발행 수 제한하는 규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자사주 원칙 소각' 대세 속 경영권 방어용 EB도 전격 발행
3년간 148억 연봉 구자은 회장, 자사주 매입은 1.5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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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7일 16: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