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주가 상승의 역설…산업은행 BIS비율 위기 심화
입력 25.05.29 07:00
15% 초과로 첫 1250% 위험가중치 적용
한화오션 매각 효과도 상쇄될 판
6월 BIS 결산 앞두고 내부 긴장 고조
직원 KPI 직격탄에 책임론까지 부상
  • 최근 국내 조선주 호황으로 HMM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1분기만에 20%가량 상승한 HMM 주가가 오히려 산업은행의 자본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3%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6월말 결산을 앞두고 조직 내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25년간 보유해온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약 1조원에 블록딜로 매각하며 자본비율 개선의 숨통을 텄다. 위험가중치 250%가 적용되는 한화오션 주식은 매각이 성사되는 시점에 평가이익과 위험가중자산(RWA) 감소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BIS비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최근 HMM의 주가 상승이 산업은행의 '한화오션 효과'를 고스란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주식은 3억6919만주(지분율 36.02%)에 달한다. 올해 약 1만8000원에서 2만2000원선까지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분 가치는 약 6조5000억원에서 8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겉으로 보면 투자 수익이지만, BIS비율 계산 구조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다.

    금융당국 규제에 따르면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경우, 초과분에 위험가중치 1250%를 적용한다. 일반 주식에 적용되는 250%의 5배에 달하는 중과세다. 지금까진 이 가중치를 적용받은 사례가 없었지만, 올해 상반기 72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가 HMM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최초의 '페널티'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 자기자본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HMM 지분가치는 이 '15%룰'을 3조원 넘게 초과하고 있다. 초과분에 1250% 가중치가 적용될 경우, HMM 주식이 BIS비율에 끼치는 위험가중자산은 55조원을 웃돈다.

    1분기 기준(주가 1만8000원대)과 비교하면 상황이 더 명확해진다. 당시 15% 초과분은 2조원으로 위험가중자산 약 35조원을 발생시켰다. 현재는 약 20조원 이상 추가로 증가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250%의 가중치를 적용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가 상승세가 6월말까지 유지되면 재무지표는 더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2024년말 BIS총자본비율은 13.9%로 당국이 권고하는 13% 마지노선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해 있었다. HMM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하반기부턴 BIS비율이 당국 권고치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국의 자본보강 조치 요구, 정기 은행평가 시 불이익 등 후속 조치가 따른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측은 "HMM 주가 상승이 평가이익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효과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BIS비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평가이익이 자기자본에 반영돼 BIS비율이 개선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런 해명이 현실을 가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IS비율은 '분모'인 위험가중자산 변동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HMM 지분 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평가이익은 자기자본에 제한적으로 반영되지만, 위험가중자산은 1250% 가중치로 인해 큰 폭으로 증가한다. 일례로 HMM 주가가 주당 4000원 상승시 평가이익은 1조4500억원가량 늘지만, 위험가중자산은 18조원 늘어난다.

    이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는 회장 교체 시점과 맞물려 HMM 매각 실패 책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023년 하반기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경영권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매각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BIS비율이 권고치를 하회할 경우 구성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조직 전반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BIS비율 문제가 현실화되면 당국을 통한 개인 성과평가는 물론 부서별 평가, 승진과 보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1250% 위험가중치 적용은 최초 사례인 만큼 선례가 없어 대응 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상구도 마땅치 않다. 산은은 HMM의 소수지분 블록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기본 원칙은 경영권 매각이다. 부분 매각으로는 '15%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자산가치가 오를수록 BIS비율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으로서는 6월말 결산을 앞두고 선택지가 많지 않다. HMM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발행주식 수 감소, 정부 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 또는 HMM 지분 일부 매각 등이 거론되지만 모두 한계가 있다. 결국 HMM 주가 하락이나 경영권 매각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지만, 둘 다 산업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 주가 상승이 독이 되는 아이러니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한화오션 지분 매각 등의 효과로 상반기 BIS비율은 1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