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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한 주주들의 결집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미리캐피털에 소액주주 연대까지 가세하며 행동주의 전선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주주들이 주주환원과 주가 정상화 요구에 나선 가운데 스틱 측이 어떤 대응에 나설 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스틱인베스트먼트 개인투자자 541명이 총 5.48%(228만3991주)의 지분을 모았다. 이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결집한 소액주주 수의 변동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나타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개인주주연합은 미리캐피털, 얼라인파트너스 측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주주연합은 자사주 소각과 주가 정상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개인주주까지 가세하면서, 얼라인파트너스와 미리캐피털 등 행동주의 진영의 지분율 합계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앞서게 됐다. 현재 도용환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19%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미리캐피털(12%)과 얼라인파트너스(6.64%), 그리고 개인주주연합(5.48%)이 총 24.1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는 자사주(13.50%) 및 기타 주주 지분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미리캐피털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올해 3월부터 주식을 매입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들 펀드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AUM 증가에 따라 관리보수가 2022년 328억원, 2023년 544억원, 2024년 598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PEF 운용사의 주요 수익원이 자산 운용에 따른 관리보수인 만큼,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동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AUM은 약 7조6790억원이며, 자회사인 스틱벤처스와 스틱얼터너티브의 AUM은 각각 8020억원, 1조6862억원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주가 관리가 미흡해 ‘이럴 거면 상장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는데, 주가가 안좋은 구간이 오래되면서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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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일반 기업이 아닌 PEF 운용사인 만큼, 행동주의 행보가 ‘경영권 확보’와는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리캐피털과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권 확보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오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명시하고 있으며, 주요 목적은 주가 저평가 해소와 주주환원책 유도를 통한 투자 수익 확보로 풀이된다.
다만 개인주주들도 힘을 합치려는 상황인 만큼, 주주제안 및 이사회 압박 등 행동주의 전선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열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대부분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강면욱 선임, 사외이사 구성훈 선임, 감사위원 강면욱 선임, 감사위원 구성훈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에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PE 부문 대표의 사내이사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만약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다면, PEF 특성상 경영자나 핵심 운용역(GP)의 교체 시 기관투자가(LP)의 전원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행동주의 전선이 지분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회사 운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행동주의 진영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 측이 만족할 만한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랙스톤, 아폴로, KKR, 칼라일, TPG 등 해외 상장 PEF들은 각기 다른 변동성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규모 확장과 실적 성장으로 주가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블랙스톤과 아폴로 등은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며 주주환원을 강화했고, 수수료 기반 수익 성장 전략도 병행했다. 이들 GP는 수익 안정화를 위해 성과보수보다는 운용보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GP는 시장 저평가 시점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 및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PEF가 PEF의 타깃이 된 이번 사례를 두고, 일각에서는 토종 1세대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승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생인 도 회장이 지분을 2세에게 승계하거나 파트너에게 분산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쪼개질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자로서 피투자회사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주가 관리에 미흡했던 셈”이라며 “도용환 회장의 아들이 내부에 근무 중인 점도 있어, 향후 승계 구도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리캐피탈·얼라인에 개인주주 연합까지…지분 총 24.12%
주주들, 자사주 소각·소통 강화 촉구…주주환원 압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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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