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파트너스, LP 우려에 마제스티골프 4호→5호 펀드 이관 철회
입력 25.06.04 07:00
작년부터 인수금융 EOD 사유 해소 추진
4호 펀드 투자자산 상각 후 5호서 재출자
5호 LP 일부 '부실 전가' '이해상충' 지적
동의 절차 불투명해지자 계획 철회키로
  • VIG파트너스가 마제스티골프 관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4호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자산인 마제스티골프를 5호 펀드로 넘기는 안을 추진했으나 5호 펀드 일부 출자자(LP)가 '부실을 전가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함에 따라 계획을 접기로 했다.

    28일 M&A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지난 27일 5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한 마제스티골프 투자 검토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5호 LP들에 전달했다. 4호 펀드로 투자한 마제스티골프 투자 지분을 상각한 후 5호 펀드가 신규 자금을 출자해 마제스티골프를 넘겨 받는 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 스마트스코어 옥죄는 마제스티골프, 실적 반토막에 투자구조 변경도 안갯속)

    VIG파트너스가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한 것은 마제스티골프 인수금융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250억원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재무약정(covenant)이 충족되지 못했다. 회사의 2023년 EBITDA는 225억원이었고, 작년엔 그보다 더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이 EOD를 이유로 마제스티골프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하면 그 윗단의 특수목적회사(마제스티홀딩스)에 투자한 스마트스코어나 SG PE 등은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SG PE가 주주간계약(SHA)에 따라 손실 보상이나 자금 상환을 요구할 경우 스마트스코어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VIG파트너스와 스마트스코어 입장에선 인수금융을 차환하거나 상환할 필요가 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금융사와 투자사를 대상으로 의향을 물었는데 골프 산업이 침체하는 상황이라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어려웠다. 마제스티골프의 작년 매출액은 732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에 그쳤다.

  • 올해 들어 메리츠증권이 VIG파트너스의 우군으로 부상했다. 마제스티골프 지배구조 개편을 전제로 인수금융을 차환해주기로 했다. 스마트스코어가 보유한 보통주 전부를 무상소각하고, 그 대가로 스마트스코어는 SHA를 해제해 기존의 의무와 책임을 면제 받는 식이다. 대출 만기는 3년(1년씩 두 차례 연장 가능), 이자율은 10%다.

    메리츠증권은 VIG파트너스에 ▲5호 펀드가 마제스티홀딩스에 560억원을 증자하고 ▲5호 펀드 LP들의 동의서를 받아올 것을 선행 조건으로 제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마제스티는 4호 펀드 포트폴리오인 스마트스코어와의 연계가 끊어지고, 5호 펀드의 자산으로 편입된다.

    VIG파트너스는 지난달 이같은 거래 구조를 확정하고 5호 펀드 LP들을 찾아 동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당초 4월말까지를 동의 시한으로 제시했으나 동의 조건(출자자 3분의 2 동의)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LP들을 찾아 설명했는데 반대 의사를 표하는 곳들이 적잖았다.

    일부 5호 펀드 LP들은 마제스티골프 지배구조 개편안이 동일한 운용사(GP)가 운용하는 펀드간 '자전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전 펀드에서 발생한 신용위험을 다른 펀드로 전가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4호 펀드에서 발생한 문제는 재무약정 위반 치유, 인수금융 차환, 제3자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봤다.

    VIG파트너스 측은 법무법인의 의견을 받아 스마트스코어의 지분구조를 재조정하는 것과 5호 펀드가 새로운 주주로서 권리의무 관계를 맺는 것은 별개의 합의 사항이고 이해상충이 없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5호 LP 쪽에선 스마트스코어 상각을 전제로 5호 펀드가 출자하기 때문에 동일한 건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나마 4호 펀드와 5호 펀드에 동시에 출자하고 있는 LP들은 실질적으로 큰 타격이 없고, 다시 반등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 대구은행, 프리드라이프 등 VIG파트너스와 관계가 깊은 곳들은 동의 의사를 표했다. 최근까지 50% 수준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은행이나 농협중앙회 등 큰 기관투자가들은 반대하거나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 중 일부는 다른 LP들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법상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각종 감사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VIG파트너스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VIG파트너스의 마제스티골프 관리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4호 펀드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무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하거나, 인수금융을 갈아끼워야 하는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지금 대주단이 권리를 행사해 매각한다고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5호 펀드 대신 별도의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해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는 안도 거론되지만 투자자 유치 조건이 더 빡빡해질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LP가 이번 거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던 터라 다른 LP들도 동의하기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며 "개편 작업이 무산됨에 따라 기존 대주단인 NH투자증권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