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신 中' AIㆍ휴머노이드 테마 선점 나선 ETF...보안 우려ㆍ확장성 한계에 '발목'
입력 25.06.05 16:03
대형 운용사 잇단 출시에도 거래량·수익률 부진…'투자 시기상조' 평가
미국 AI·반도체 랠리에 묻힌 '中 신성장 베팅'…'전략적 선점' 취지에 회의론
"보안성ㆍ美 견제 한계 명확한 상황서 장래성 하나 보고 투자 어렵다" 전망도
  •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및 인공지능(AI)을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달아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피지컬 AI 등 신기술 도입 기대감을 앞세운 고성장 테마임에도 불구, 수익률은 물론 자금 유입까지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백도어'(우회장치) 논란 등 중국 첨단기기의 보안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히 미국 증시가 주춤한다 해서 중국 증시의 동일 테마로 눈길을 돌리는 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운용사들의 과잉 경쟁에 따른 '테마 선점'에 불과하단 혹평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3일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를 출시했다. 불과 2주 뒤인 지난 27일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를 내놨다. 두 ETF 모두 중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인간형 로봇 제조사 및 부품 공급망 기업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주요 편입 종목에는 유비테크, 선전이노밴스테크, 탁보그룹 등이 포함돼 있으며, 구성 종목 다수가 중복된다.

    다만 양사 간 세부 전략은 다르다. 삼성은 도봇, 시아순 등 산업용 로봇 기반의 완성형 제조사에 무게를 뒀고, 미래에셋은 이미지 센서 전문기업 웨이얼반도체를 포함해 AI·반도체 기반 부품 기업 위주로 구성했다.

    해당 상품 출시 이후 주가 흐름 및 자금 유입 속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란 평가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는 상장 고점(1만445원) 대비 약 17% 하락했다. 당일 거래량은 약 97만주, 거래대금은 84억원으로, 상장 초기(5월13일) 거래대금 116억원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도 마찬가지다. 상장 첫날 종가(9825원) 대비 지난 4일 종가(9460원)는 3.7% 하락했으며, 같은 날 거래대금은 36억원으로 상장 첫날(73억원)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량 역시 상장 직후에는 76만주 수준이었으나 최근(4일)에는 38만주로 감소했다.

    이에 대형 운용사들은 해당 ETF를 선보인 이유로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두 운용사 모두 중국 휴머노이드 테마 ETF가 단기 성과는 부진하더라도, 장기적인 산업 성숙도를 겨냥한 '테마 선점형 상품'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관련 테마 ETF는 운용사 간 경쟁이 이미 심화된 반면, 중국은 정책 주도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틈새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로봇 강국'을 표방하며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만큼, 대형사 입장에선 정책 테마와 ETF 상품성이 맞물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기대는 일단 빗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나스닥은 0.32%, S&P500 지수는 0.01%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39%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시총 3조4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에 복귀했다.

    최근 1~2개월간 무역분쟁 등 돌발변수로 인해 나스닥을 중심으로 한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취약한 모습을 보여온 건 사실이다. 미국 기술주 역시 상당폭 조정을 겪었다. 운용사들이 이 틈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첨단 테마 ETF를 내놨지만, 미국 증시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수급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경우, 중국 테마 ETF는 구조적으로 수급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AI, 로봇 기술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는 중국 제조 중심 ETF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나 반도체 보안 등 글로벌 이슈에 중국이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을 테마로 하는 상품에 대한 의심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과 미래에셋은 이번 중국 휴머노이드 ETF를 시작으로 중국 빅테크 관련 기술 기반 테마 ETF 라인업 확대를 여전히 검토 중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로선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은 구조적 모멘텀이 부족하고, 단기 수익률 중심의 국내 ETF 시장에서 해당 테마의 ETF가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로봇의 경우 지난해 산업용 로봇 보유량 및 신규 설치 대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고, 피지컬AI를 적용한 차세대 로봇 시장 역시 적극 공략하고 있다. 다만 수입 의사를 타진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일부 국가로 한정되는 모양새란 평가다. 로봇이 수집한 정보를 몰래 중국으로 빼돌릴 수도 있다는 의심이 여전한 까닭이다. 

    중국의 지능형로봇엔 미국산 AI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미국이 지속적으로 해당 부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유예되긴 했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로봇 부품 등 중국산 AI 및 휴머노이드 관련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단순한 테마 소개 상품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배분의 수단이 되려면, 수익률·유동성·신뢰성 측면에서 모두 충족돼야 한다"며 "지금의 중국 휴머노이드 ETF는 기술적 테마를 포장했을 뿐,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 등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