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궁지 몰린 조달에 개인 투심 잡기 사활…'이자 얹고 할증은 뺀다'
입력 25.06.09 13:50
골드만삭스 ‘매도’ 쇼크에 투자심리 위축
3000억원 메자닌 자금 조달, 흥행 여부 ‘안갯속’
쿠폰금리 얹고 할증은 빼며 개인 투심 잡기 총력
미매각 시 주관사 총액인수…시장, 상황 예의주시
  •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앞두고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 시점에선 일단 적정 표면금리(쿠폰)를 제공하고,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에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매도’ 의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업황 및 대외환경이 열악해 흥행 전망은 아직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9일 오후 1시 기준, 엘앤에프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74%(6100원) 급락한 5만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날 골드만삭스가 엘앤에프의 목표주가를 4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투자 의견을 ‘매도(Sell)’로 변경한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전 거래일 종가 5만6800원 대비 30% 가량 낮은 목표주가다.

    골드만삭스는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목표주가 하향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2026년 예상 부채비율은 376%, 이자보상배율은 0.3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만으로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엘앤에프는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해 BW 발행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며 BW를 준비중인 주관사들은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추가로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BW의 수익성은 결국 주가 상승 가능성에서 나오는데, 유력 해외 투자은행이 전 거래일 주가 대비 30%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며 당분간 외국인 투자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주가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수요 확보는 더욱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엘앤에프는 이번 BW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관사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일단 표면금리(쿠폰)를 최대 2% 수준으로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은행 금리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 투자 수요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BW는 일정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결합한 금융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을 발행 즉시 시장에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식 인수권을 활용하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표면금리가 0%인 경우가 많아 채권은 매수 직후 시장에서 매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쿠폰이 존재하면, 채권 매도 시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폭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각이 가능하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 회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에 대한 할증도 생략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반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을 가정, 10% 안팎을 할증해 행사가액을 산정하지만, 현재는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행사가액을 정해 투자자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BW 발행이 성공한다 해도 엘앤에프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BW는 일단 회계상 전액 부채로 처리되기 때문에 재무구조에는 오히려 부담이 커진다. 주가가 상승해 신주인수권이 행사돼야 조금씩 자본이 늘어나는 구조다. 

    쿠폰을 부여하면 3개월마다 이자를 납입해야 해 현금흐름 부담도 추가로 생긴다.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엘앤에프의 자금 여건이 그만큼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일각에선 엘앤에프가 공모 BW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ELB 시장은 사모 주도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몇몇 전문 투자 기관들을 초대해 자금을 매칭하는 '클럽 딜'(club beal)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BW 발행에 나선다는 건 결국 사모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엘앤에프의 조달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방증으로, 공모 BW 발행 시에도 투자자 유치에 상당히 부담이 될 거란 의견이 적지 않다.

    공모 진행 시 금융감독원의 규제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은 최근 유상증자뿐 아니라 BW·CB 등 자금 조달 수단 전반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구실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조달 환경 속에서 엘앤에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미매각 시 주관사가 전량 인수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관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 확보 실패 시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