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겪은 스팩시장…IPO 개정안·증시 회복 기대에 ‘봄날’ 다시 올까
입력 25.06.16 07:00
상반기 단 3건 그친 스팩 상장…유례없는 침체에 업계도 "이례적" 평가
증시 상승세·IPO개정안 반사이익에 기대감…"단기 수요에 그칠 것" 회의론도
증권사, 신규 스팩 상장 준비·합병 후보군 물색하며 전략 재정비 나서
  • 올해 들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 증시 전반에 유입된 기대감과 다음달 시행되는 IPO 규제 개편안이 맞물리며, 일반 공모보다 절차가 간단한 스팩 상장이 다시금 조명받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선 상반기 스팩 시장이 유례없이 위축됐던 만큼, 하반기엔 일정 수준의 회복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대선 이후 새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과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세 유입 등으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주가지수 상승은 스팩 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스팩 합병 상장 역시 일반 IPO와 같이 본질적으로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딜의 성사 여부와 흥행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스팩은 시장이 활황일수록 합병 후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합병 추진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유인을 자극하게 된다"며 "흔히 스팩을 IPO 대체 수단으로 알고 있는데, 성공 확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결국 일반 상장과 마찬가지로 증시 전반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IPO 제도 개편도 스팩 시장 반등의 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 확대다. 현재 평균 20% 수준인 확약 비율을 단계적으로 40%까지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일반 공모 방식으로는 물량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 일부 중소형 비상장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스팩 상장을 선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팩 상장은 일반적으로 기관 수요예측과 확약 비율 부담이 없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 기반을 갖추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일반적인 상장 대비 스팩은 일정이 빠르고 요건이 완화돼 있어, 제도 개편에 따라 비용·리스크를 줄이려는 중·소형 기업의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하반기를 대비한 스팩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KB증권은 다음 달 유아동복 전문기업 '뉴키즈온'의 스팩 합병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DB금융투자도 다음달 스팩상장을 재추진 중이다. 키움증권은 복수의 기업 후보군을 설정하고 검토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구체적인 스팩 상장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스팩이 단기적으로 공모시장의 확약 규제 대안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에는 회의론 역시 존재한다. 확약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기관은 결국 양질의 매물 여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스팩으로의 자금 유입은 일시적 흐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팩이 구조적으로 반등하려면,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 기반과 증시 유동성 등 본질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겪은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스팩 합병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거나 심사 지연을 겪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팩 상장 실적은 올해 들어 급감했다. 이달 11일 기준, 신규 스팩 상장은 신한제16호스팩, 한화플러스제5호스팩, 유안타제17호스팩 등 3건에 그쳤다. 이는 2023년(37건), 2024년(40건)과 비교해 뚜렷한 감소세다. 

    당국은 합병 대상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면밀히 점검하며, 부풀려진 밸류에이션에 대한 정정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건실한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본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된 상장수단이란 스팩의 취지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스팩 시장의 또 다른 반등 요인으로 '청산 수단'을 활용하는 투자자 수요도 거론된다. 기준금리 3%를 상회하던 2022년 상장된 일부 스팩은 현재 청산 시 예치 이자를 포함해 연 5%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단기 무위험 채권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업 상장 기대감과 별개로 일정 수익 확보 수단으로서 스팩 수요 매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스팩시장은 이례적인 침체를 겪었지만, 제도 개편과 증시 반등이라는 두 변수가 맞물릴 경우 회복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무리한 기업가치 산정만 피한다면, 중소형 딜을 중심으로 스팩 합병 상장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