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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소상공인 채무 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드뱅크의 주체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존에 유사한 역할을 해온 데다, 새출발기금 운영 경험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배드뱅크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 및 재조정을 위한 장치다. 금융당국은 최근 장기 소액 연체 채권 규모 파악에 착수하며 실행에 시동을 걸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NPL 업계에서는 배드뱅크의 운용 주체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캠코 산하에 별도 조직을 신설해 배드뱅크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캠코는 이미 새출발기금을 통해 최대 15억원까지 채무를 재조정하고, 원금을 최대 80%까지 감면해온 이력이 있다.
은행권은 출자 등 재원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는 추경과 함께 은행 출연금을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이미 상생금융에 수조원을 투입한 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까지 겹치며 은행권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한 NPL(부실채권) 투자사 관계자는 "소상공인 채권은 대부분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발생한 것이라, 은행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며 "자본비율 부담도 있어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무담보 NPL에 투자해온 투자사들도 배드뱅크 설립 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정부 협약을 계기로 F&I 등 NPL 투자사들이 개인 무담보 채권을 매입한 바 있는데, 배드뱅크가 관련 채권을 재매입하게 될 경우 투자처가 줄어들거나 변동 사항이 생길 수 있는 까닭이다. 이미 매입한 NPL을 캠코가 다시 가져가거나, 매입가격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다른 NPL 투자사 관계자는 "F&I가 투자하는 NPL은 대부분 담보부 채권이라 무담보 채권의 비중이 작긴 하지만, 재작년부터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무담보 NPL도 투자를 해온 만큼 배드뱅크가 확장하면 투자처가 하나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있다"며 "이미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무담보 NPL은 주요 투자자산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2022년 저축은행중앙회는 개인 연체채권 공동매각에 나섰고, 당시에는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었던 구조에서 F&I 등 민간 매각 채널로도 확장됐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F&I사들도 10~20% 수준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23년 11월 저축은행들이 처음 시도한 연체채권 공개매각 입찰에 우리금융F&I만 입찰에 참여하는 등 외면받았지만, 이후 지난해 5월 실시된 1500억원 규모 저축은행 NPL 공동매각 본입찰에서도 우리금융F&I를 비롯해 키움F&I와 하나F&I도 동참하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드뱅크 출범에 회계법인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 채권은 저축은행 공동매각처럼 무담보 채권이다. 무담보 채권은 통상적으로 최초 대출 금액과 대출을 받아간 사람의 신상 정보 등을 고려해 회수율을 통계적으로 추정해 가격을 설정한다. 이에 회계법인이 NPL 가치 평가 등 용역을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무담보 NPL을 대량으로 다루게 되면 회계법인이 가치평가 용역을 맡을 수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도 높다"며 "NPL 투자사들도 배드뱅크의 운영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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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