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카디프생명 인수 여부 이르면 이달 말 결론…실사 마무리 단계
입력 25.06.17 07:00
카디프생명 실사 마무리…바인딩오퍼 제출 여부 막판 고심
보험업 면허 확보 수준에 그쳐…가격 협상 여지도 거론
  •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하 카디프생명) 인수를 두고 막판 저울질에 나섰다. 실사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7월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참여할지 결론을 낼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카디프생명 실사를 마쳤다. 현재 실사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수가격의 적정성과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력 있는 인수제안서(바인딩오퍼)를 제출할지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위해 한국금융지주는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수개월간 실사를 진행해 왔다. 본입찰 참여 여부는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금융지주 내부적으로 바인딩오퍼 제출을 두고 막바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르면 6월 중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인수가격과 인수 후 시너지 여부다. 보험사를 인수하면 대규모 자산이 그룹에 편입되며, 이를 계열 자산운용사를 통해 운용할 경우 다양한 상품 라인업 확보와 수수료 수익 확대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보험 자산은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운용 전략 측면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도 크다.

    다만 카디프생명의 자산 규모는 크지 않다. 2024년 결산 기준 총자산은 2조7097억원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22곳 중 20위 수준이다. 반면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결 자산은 약 100조원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수는 사실상 보험업 면허를 확보하기 위한 수준의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카디프생명의 인수가격을 1000억~15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자산 규모와 사업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결국 보험업 면허 하나를 확보하는 수준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운용 전략의 유연성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카디프생명은 자산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인수 이후에도 보험상품 판매 확대 등 공격적인 전략 없이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매각 측과의 가격 조정 여지도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카디프생명의 최대주주는 BNP파리바카디프(지분 85%)이며, 신한은행이 나머지 15%를 보유하고 있다. BNP파리바 측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 연간 수백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보험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디프생명은 2024년 기준 1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가 고민하는 배경에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중에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AXA손해보험 등이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매각 희망가가 높아 인수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선 한국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이 인수한 ABL생명을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될 경우를 겨냥해 기회를 엿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선 이번 기회에 보험업 면허를 확보해 직접 키워나갈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른 매물을 기다릴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