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조 굴리는 국민연금…"자산운용 유연성 위해 'TPA' 도입해야"
입력 25.06.17 16:12
보험료율 13% 증가에도 연금재정 고갈 우려 여전
"과거 대비 포폴 분산 효과 약해져"
TPA 도입한 기관, 연평균수익률 140bp 우수
  •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올해 1200조원을 돌파했다. 최대 적립 규모가 35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금의 대형화로 인해 자산운용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 체계(TPA·Total Portfolio Approach)’를 도입하고, 국내 자산 선호(home bias) 해소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7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공동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강화하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기금의 최대 적립액은 3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으나, 연금재정 고갈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위험자산 간 쏠림이 증가했다. 경기회복이 더딘데 물가만 오르는 '나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국내외 주식, 채권 간 상관계수가 양(+)으로 전환됨에 따라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약해졌다.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를 했을 때 과거 대비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기금 운용 수익률 1% 제고시 기금 소진 시기를 5년 연장할 수 있다"며 "그만큼 운용에서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할 수 있으며, 기금의 유연성의 확보하기 위해 TPA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금의 대형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세부 자산군에 대한 경직된 자산운용체계는 막대한 거래비용을 유발시켜 비효율성 초래한다. 이에 따라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기반으로 한 자산배분체계와 TPA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TPA는 자산군을 주식과 채권 혹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으로 단순화한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이 기준포트폴리오 내에서 자산 배분의 유연성 제고와 투자 다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단순 포트폴리오에 기초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한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윤 교수는 "대부분의 연기금이 국내 주식·채권, 해외 주식·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자산군을 나눈 뒤 벤치마크를 부여하고 주어진 벤치마크보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TPA는 자산군의 벽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목표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구분해 하위단 자산배분 구조가 유연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대형 기금들의 자산배분 체계가 전체수익률의 90~95%를 결정한다"며 "자산군에 대한 배분 기준을 유연하게 가져가기 위해 자산배분권한도 과거 기금운용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이사회에서 CIO로 위임하는 체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3년 TPA를 도입한 기관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40bp(1bp=0.01%포인트)가량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외 주요 대형연기금인 캐나다연금(CPPI), 뉴질랜드 노령연금기금(NZS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TPA를 도입한 바 있다.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 자산 선호(home bias)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해외위험자산은 원화의 자연헤지 효과(natural hedge effect)가 발생함에 따라 국내위험자산에 비해 위험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윤 교수는 "원화 절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시장 평균적 변동성은 15~20%에 달한다"며 "효율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면 국내자산이 열위해 배분 구조가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투자대상 자산군 유연화 ▲기금운용전략의 전략적 모호성 확보 ▲운용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보상체계 설계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산 부문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부, 투자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중요 정보가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며 "해당 정보가 외부에 공개됐을 때 전략적 거래를 시도할 수 있으며 거래비용이 발생해 국민연금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