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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면서 대표적인 '밸류업'주로 꼽히는 은행주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배당성향은 세제 혜택 기준선이 되는 35%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주환원율이 40%에 달하는 만큼 세제 혜택을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 대신 배당성향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금융지주들도 세법개정안 추진 여부를 예의주시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뚜렷한 대주주가 없고, 당국이 배당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특성상 실제 배당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은행주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의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과세가 아닌 별도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금융주 가운데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는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삼성카드 등이다. 반면 밸류업 대표주로 꼽히는 은행주는 배당성향만 놓고 보면 30% 이하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39% 수준인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KB금융이 23.63%, 신한금융이 24.08%, 하나금융이 27.17%, 우리금융이 28.87%으로 30%에 미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금융(39.8%), 신한금융(39.6%), 하나금융(38.0%), 우리금융(34.7%)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은 이보다 높았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주주환원율 제고 과정에서 배당성향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힘을 실어 왔다. 저PBR 국면에선 자사주 매입·소각이 배당 확대보다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들의 배당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자사주 정책을 확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높은 외국인 지분율이 이유로 거론된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 평균은 20일 기준 62.8%로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당국은 배당성향 확대 시 이자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배당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배당금 환전 시 환율에 미칠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법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강조하고 있는 배당 활성화 방안 중 하나인 만큼, 금융사들이 해당 개정안 시행을 이유로 배당 확대를 요구했을 때 당국도 과거처럼 배당성향 확대를 제한하기 어려운 상황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약 소득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금융지주들도 감독당국에 배당성향 확대를 검토해 달라고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현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 만큼 감독당국에서 배당을 확대하지 말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지주들도 개정안이 시행되기만 한다면 전체 주주환원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율 40%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 비중을 줄이고 배당금을 확대하면 이론적으로는 배당성향 35% 달성이 가능하다.
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인 35%보다 높다"라며 "만약 이 의원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면 현금배당을 더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줄이는 방안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BR이 현재의 저평가 상태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시장 반응을 보고 검토해 봐야 할 걸로 보인다"라며 "단기적으로 조정은 어렵겠지만 국내 개인투자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지주들이 실제 배당성향 확대에 나서기 쉽지 않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은 뚜렷한 대주주가 없어 유인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대상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로 사실상 대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서 배당을 확대하라는 목적이 크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소득세가 분리과세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세제 혜택을 받는 주주는 대주주나 개인주주 중 수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밖에 없다"라며 "은행은 뚜렷한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고민해 볼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지주 지분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쥐고 있는데, 외국인에게는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개인주주에게는 의미있는 정책일 수 있지만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배당 확대가 더 유리한지도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에 은행주 촉각…배당 확대 명분 되나
외국인 지분율 높아 배당 확대 부정적…당국 기조도 영향
李정부 자본시장 활성화 추진에 당국 압박 완화 기대감
뚜렷한 대주주 없는 금융지주…실제 확대는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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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