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 지분 매각 본격화…모건스탠리 이달 티저 배포
입력 25.06.25 16:13
경영권 프리미엄 확보 위한 지분 구성 추진
KB·신한금융, 사전 접촉서 매입 불참 의사
조갑주 불참 가닥에 대신금융 결정 '주목'
  •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가 이르면 이달 중 잠재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할 예정인 가운데,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당초 이달 초 티저레터 발송을 계획했으나 매각 대상 지분 구성 등을 조율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이번 매각은 선별된 잠재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지분율 12.40%)는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주들과 함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손화자 씨와 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주들은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우리은행(0.8%) 등으로 파악된다. 그외 전략적 투자자였던 우미글로벌(9.08%), KB증권(4.13%) 등 지분을 합하면 최대 40%에 가까운 지분이 한 번에 매각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과 연결된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 등이 매각에 동참할 것을 설득해왔다. 조 단장이 동참할 경우 매각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조 전 단장 측 지분에도 별도의 태그얼롱 권리가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전 단장 측은 여전히 매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 전 단장은 분쟁 없는 매각을 원한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다"며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사전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에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두 그룹 모두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4%대 지분을 보유한 KB증권은 추가 매입보다는 기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측이 희망하는 이지스자산운용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3년 8월 대신증권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약 9%를 인수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 6000억원보다는 낮다. 다만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실제 거래가는 이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누적 운용자산 65조8000억원으로 국내 부동산 운용사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마스턴투자운용(36조6000억원)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아시아 3위권 운용사다. 다만 최근 국내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23년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전년(1782억원) 대비 59% 감소했으며, 2024년 1분기에도 86억원에 그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 대비 높은 밸류인 만큼, 일부 관심을 보였던 사모펀드나 금융지주회사들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이지스자산운용의 수익성 악화 등이 밸류에이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3대 주주인 대신금융그룹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신금융은 이번 입찰에 확실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사전에 조 전 단장 측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 전 단장의 매각 참여 시점을 지켜보며 행사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신금융은 경영권 인수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지속하고 있고 실제 관심도 상당하다"며 "최근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대신 입장에서도 부동산 캐파 확대를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같은 비히클(Vehicle)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