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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말부터 카드대금채권 유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겪었던 유동성 위기론과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조달이 힘들어지면서다. 석유화학 업종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신평사들은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금액도 차입금 성격이 있다는 걸 감안해 상반기 정기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카드대금채권 유동화금액도 차입금성 성격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를 일부 반영해 롯데케미칼의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6월 말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결산 실적을 반영해 정기 평정이 마무리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를 처음 시작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이 카드사의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하는 구조다. 실제로 SPC가 롯데케미칼보다 먼저 결제 대금을 치른 카드값만 올 들어 총 1조14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와 맺은 계약을 기초로 SPC가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이후 롯데케미칼이 결제일에 맞춰 카드대금 원금과 수수료를 SPC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유동화 만기일까지 결제일을 연기할 수 있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는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있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주로 실시한다. 유동화금액은 회계상 차입금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재무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신평사들은 이 점을 감안해 등급 평정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케미칼(AA)의 은행 보증채를 제외한 61-1(1700억원)·61-2회(800억원) 회사채에 대해 한신평과 NICE(나이스)신평은 신용등급 ‘AA’, 등급전망 ‘부정적’을 부여했다. NICE신평은 롯데케미칼의 기업신용등급도 동일하게 평가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유동화금액이 너무 많거나 자금 유동성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며 "롯데케미칼의 경우는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유동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평사 연구원도 "(카드대금채권 유동화금액이) 회계적으로는 차입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차입금의 성격이 있다는 걸 고려해 등급 평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롯데케미칼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한 유동화 등으로 자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회사채 상환 등에 대응할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7월 1000억원, 8월 2750억원, 9월 1700억원 등의 순으로 회사채 만기 도래 앞두고 있다. 총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9조7775억원으로 전년(6조1690억원)과 비교했을 때 58.5% 급증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업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평사들도 업황 개선 없이는 근본적인 신용도 회복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신평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로 한신평 4배 초과, NICE신평의 경우 5배 초과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해당 지표는 16.4배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추가로 매출액 대비 EBITDA 지표 5% 미만을 제시했는데, 이는 2.1%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사업을 매각하며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로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파키스탄 법인(LCPL) 보유 지분, 인도네시아 자회사(LCI) 지분 등을 매각해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위치한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도 매각 절차도 밟고 있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금액 1조원 넘겨
"차입금 성격 고려해 등급 평정 계획"
6개 분기 연속 적자…업황 반등 쉽지 않아
"차입금 성격 고려해 등급 평정 계획"
6개 분기 연속 적자…업황 반등 쉽지 않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6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