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마다 등장하는 텐센트…'중국'에 촉각 곤두세운 자문사들
입력 25.07.01 07:00
FI·SI 주춤한 국내 M&A 시장에 중국 자본 다시 부상
텐센트, IP 확보 행보 속 국내 거래 참여 가능성 거론
자문사들,'빅딜' 소싱 기회로 중국계 고객 접점 모색
  • 최근 국내 시장에서 거론되는 조(兆) 단위 ‘빅딜’마다 중국 IT기업 텐센트(Tencent)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대표 게임 기업인 넥슨과 최대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설이 잇따라 제기됐고, 이에 대해 텐센트 측은 부인했다. 

    공식적으로는 선을 그었지만, 텐센트가 언제든 국내 거래에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며, 자문업계 등 시장 참여자들은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데 분주한 분위기다.

    이달 중순 외신 보도 등을 통해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넥슨 인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적 투자자(FI)인 TPG와 칼라일이 보유 지분 약 40%의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거래에서도 텐센트가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두 사안 모두에 대해 텐센트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일단락된 분위기다. 다만 잇따른 등장으로 시장은 여전히 텐센트의 실제 참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해당 거래들에 대해 텐센트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일부 거래에는 실제로 일정 수준의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텐센트가 국내 일부 투자건 철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카카오게임즈 지분 정리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텐센트는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3대 주주(3.89%)다. 그러나 텐센트는 올해 들어서 해외 시장에서도 지식재산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 카카오그룹을 제외한 사실상 2대 주주(9.66%)로 올라섰다.

    실제 거래 추진 여부와는 별개로, 텐센트를 둘러싼 연이은 소문에 국내 자문사들은 중국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넥슨 인수설이 보도된 이후, 시장에선 대형 거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은행(IB) 업계도 관련 정보 수집에 분주한 모습이다.

    넥슨 매각의 경우 지주사 NXC의 핵심 자산은 넥슨재팬이며, 거래 자체가 해외 딜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텐센트처럼 외국계 SI가 인수에 나설 경우, 해외 자문사가 주도할 여지가 크다. 다만 거래 규모와 별개로 넥슨코리아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 절차가 상당해, 만약 정말 딜이 재개되면 국내 자문사들 역시 딜 소싱 여부가 연간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 거래로 인식하고 있다.

    텐센트가 국내에서 특별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하우스가 없다는 점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로 법률 자문의 경우, 통상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거래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앤장이 중국 관련 이슈에 두드러진 강점을 가진 곳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어 다른 로펌들도 시장 진입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텐센트는 2000년대 국내 시장 진출 초기부터 대형 로펌뿐만 아니라 중소형 로펌까지 다양하게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펌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자문료에 인색한 경우가 많지만, 텐센트는 비교적 유연한 편”이라며 “과거 일부 변호사들이 텐센트의 업무를 전담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특정 로펌과의 밀접한 관계는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텐센트가 계속해서 거론되는 배경에는 국내 M&A 시장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기업 등 SI는 대부분 거래에서 모습을 감췄고, FI 중 가장 활발한 존재감을 보이던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거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PEF들도 MBK 여파로 눈치를 보며, 대형 거래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다.

    앞서 텐센트 외에도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 테무(Temu) 등이 단골로 거론됐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 추진 당시, 알리익스프레스가 잠재 인수 후보로 언급됐으며,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본사 역시 알리익스프레스가 거론되고 있다. 또 매각이 중단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경우도, 잠재 인수 후보로 PEF 외에 SI는 중국계 기업들만 거론됐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일부 중국 기업들은 PEF나 국내 기업들에 직접 인수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며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계 자본이 우회 진출 경로로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