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 조선주 피크아웃 우려 속 상장 시동...현대重 밸류 적용은 '갸웃'
입력 25.07.01 07:00
PBR 4.58배에 할인율 최대 40%… 피어그룹엔 현중·삼중·한화오션
선박 발주량 급감 속 조선주 '피크아웃' 우려… 수급·체급 논란도
조선 랠리·공모주 반등 기대감에 "상장 흥행은 무리 없을 듯"
  •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가파르게 상승한 실적에 더해 조선주들의 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 맞물리며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LG CNS 이후 조 단위 몸값의 IPO가 없었던 만큼 시장의 주목도는 높은 상황이지만, 조선주 '피크론'이 거론되는 만큼 이후 수익성에 대한 걱정이 적지는 않다는 평이다.

    대한조선은 지난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직후 하루 만에 제출했다. 전년 대비 급증한 1분기 실적을 공모 흥행으로 이어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조선은 1분기 매출액은 30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5.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한조선의 희망 공모가는 4만2000원~5만원으로 공모 예정금액은 4200억~5000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1조9263억원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로 나섰고, 신영증권이 공동주관사다. 신주모집 80%, 구주매출 20%다. 대주주인 KHI의 보유 주식 일부가 구주로 나온다. 

  • 가치평가는 주로 조선주들이 사용하는 멀티플 방식인 PBR을 사용했다.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미포를 선정했다. 유사기업 PBR은 4.58배를 적용, 할인율은 39.85% ~ 28.39%를 적용했다. 국내 대형 3사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만큼 비교적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근 3년반 동안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법인의 할인율은 평균 19.93~32.92%였다. 

    할인율을 감안해도 대형 조선소 3곳과 HD현대미포를 피어그룹으로 제시한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HD현대미포의 체급 자체가 다른 데다 중형 조선소인 대한중공업도 들어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한조선은 중형(아프라막스급) 및 준대형(수에즈막스급) 선박의 설계, 건조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원유운반선과 정유운반선에서 매출을 낸다. 작년 기준 원유운반선 매출 비중은 45%, 정유운반선은 35%였다.

    한 조선주 연구원은 "현대미포 멀티플을 제시할 때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현대중공업을 동일한 멀티플로 하지 않는 것처럼 할인율 적용을 감안해야겠지만 피어그룹 자체는 과하다고 보인다"라며 설명했다. 

    다만 피어그룹으로 선정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이었던 데다, 공모 이후 PBR을 계산하면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이번 공모로 5000억원이 들어오면 'Implied PBR'을 계산했을 때 대략 2배가 되므로 케이조선 등 비슷한 체급의 중형조선소는 비상장사라 피어그룹으로 선정할 수 없었다"며 "올 1분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이 2100억원대로, 시총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 8~9배로 산정돼 타 조선주의 30~40배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조선주들이 그렇듯 지속적인 실적 상승세와 인도물량 확보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대한조선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937억원, 2023년 8164억원, 2024년 1조753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24.5%의 매출성장세를 기록했다. 2027년 상반기 인도물량까지 수주 확보한 상황이다. 대한조선도  크게 오른 1분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작년이 아닌 올해 상장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선업 '피크아웃(정점통과)'론이 나오는 시점에 조선소의 상장을 두고 시장에선 여러 평가가 나온다.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조선업이 머지않아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을 맞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CGT(표준선환산톤수, 71척)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대비 55% 급감했다. 

    IPO업계 전반에선 상장 자체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상황이다. 업황이 좋을 때 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상장에 흥행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좋은 상황이다. 최근 코스피가 3100을 넘으며 증시 랠리를 보이고 있는 데다, LG CNS 이후 대어가 부재한 상황에 주목을 받으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선주가 피크아웃 우려가 있다 해도 2~3년 간 주가가 급락할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아직도 조선주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