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솔루션즈·롯데글로벌 철회 뼈아픈 삼성증권, 케이뱅크 주관은 약일까 독일까
입력 25.07.02 07:00
상반기 ECM 주관 6위…DN·롯데 딜 철회로 '반등' 무산
대기업 IPO 주관 갈증 속 '고난도 딜' 케이뱅크 대표주관 낙점
발행어음 TF도 가동…IB본부, 그룹 위상 높이겠다는 분위기
'자산관리 하우스' 이미지 탈피해 '정통 IB' 되겠단 목표
  • 삼성증권이 상반기 대어급 IPO로 꼽히던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철회로 ECM(주식자본시장) 상위권 도약 기회를 놓쳤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번 상반기 ECM 전체 주관 6위를 차지했다. 2022년 11위까지 밀렸다가 중위권 반등에 성공한 뒤 정체된 모습이다.

    '삼성 계열사'라는 태생적 한계로 대기업 대표주관 참여가 제한됐던 상황에서 오랜만에 의미 있는 대어급 딜을 맡으며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무산되며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이다. 다만 삼성증권이 공모 규모 5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고난도 딜인 케이뱅크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삼성증권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몸값 5조원대로 평가받았던 DN솔루션즈와 약 5000억원대 규모의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 딜의 대표주관을 맡았다. 중대형급 딜을 동시에 품은 만큼 내부 기대감도 컸다. 두 딜이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상반기 ECM 리그테이블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과 공모가에 대한 이견,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가격 조율 실패 등으로 두 딜이 연이어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삼성증권의 실적 반영은 무산됐다.

    특히 DN솔루션즈는 상징성이 컸다. 기관 수요도 일정 수준 확인됐고, 공모 구조나 흥행 가능성 측면에서도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이번 딜을 계기로 ECM 실적 반등은 물론, 대형 IPO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FI 측이 공모가 상단 이상을 고수하면서 협의가 틀어졌고, 끝내 상장 자체가 무산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장 철회에 이어, 롯데그룹이 FI 보유 지분을 약 4000억원에 되사주는 계약까지 이행했다. 2017년 투자 당시 체결한 풋옵션 계약에 따라, 상장이 무산될 경우 FI 지분을 주당 5만720원에 되사주는 구조였다. 이번 IPO에서 제시된 공모 희망가 밴드(1만1500~1만3500원)와 비교하면 4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삼성증권은 기존에 대기업 IPO 주관 경험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어급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더욱 뼈아프다는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이 딜들이 성사됐다면 "삼성도 본격적으로 대기업 딜을 주관하는 하우스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LS그룹의 미국 전선 계열사인 LS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IPO 공동주관사로 선정되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조짐도 있었다. 대표주관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았지만, 삼성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함께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내부에선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 IPO 주관 딜은 처음"이라며 이번 딜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추가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특성상 대기업 간 경쟁 구도 속에서 대기업 그룹 IPO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LG CNS는 업계 최대형 딜이었지만, LG와의 관계 특성상 주관사단에 포함되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상장 철회는 단순한 리그테이블 순위 정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적으로 키워온 IB조직이 시장에서 결과를 내야 할 타이밍이었고, 실적 반등뿐 아니라 그룹 내부 위상까지 걸려 있었다. ECM 조직뿐 아니라 세일즈, 리서치, 리테일 파트와의 연계 효과도 시험대에 올랐던 상황이었다. 

    '이제 좀 판을 키워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외부 변수에 막혀버렸다는 허탈감이 감지된다.

    특히 삼성증권은 초대형IB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발행어음 사업에도 다시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단기 어음을 발행해 기업금융, 부동산, 채권 등 모험자본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2017년 첫 인가 시도 당시 유령주식 배당 사고와 대주주 리스크 등으로 자진 철회했지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 판결로 적격성 문제가 해소되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IB본부에선 과거보다 더 확고하게 영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자산관리 중심의 하우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연계영업을 강화해왔고, IPO와 DCM, 인수금융 영역까지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 추진은 단순한 수익 모델 확보를 넘어, 자기자본 활용도와 IB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삼성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케이뱅크로 옮겨가고 있다. 

    상장을 두 차례나 철회한 끝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케이뱅크는 시장에서 여전히 쉽지 않은 딜로 평가된다. 공모 규모는 크지만, FI 엑시트를 위한 구주매출 비중이 높고, 성장성에 대한 스토리텔링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앞선 상장 철회 당시 FI가 제시가를 고수하며 조율에 실패한 전력이 있어, 주관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에 케이뱅크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삼성증권을 향해 여의도에서는 삼성증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공동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5.52%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사실상 FI 성격에 가까운 만큼, 주관사로서의 책임은 삼성증권이 얻게 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케이뱅크 IPO를 어떻게 설계하고 끌고 갈지가 향후 IB사업 확대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과거보다 IB에 진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건 시장에서도 다 알고 있는 분위기"라며 "DN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쉬웠지만, 케이뱅크를 통해 다시 한번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