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주가 부양책 '자사주 활용', 여전히 유효할까
입력 25.07.03 07:00
취재노트
주주 환원 위해 매년 수천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 환원 아닌 '투자' 늘려야 기업 가치 높아져"
짐페트라 출시 이후 광고 비용↑…추가 투자 공산
공장 증설·신약 개발 등 투자 필요한 과제도 산적
  • 셀트리온 주가는 6월30일 종가 기준 직전 거래일 대비 0.19% 내린 15만9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전인 5월 말 주가와 비교하면 3% 가까이 올랐지만, 6개월 전(-11.53%), 1년 전(-8.17%)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지 않다. 셀트리온이 주가 부양을 위해 수천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가 흐름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셀트리온 주가는 2024년 초반 이후 수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태우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한 해 4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미 보유한 자사주를 더해 같은 해 54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올해는 상반기 중 65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연내 9000억원을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지난 수개월 동안 20만원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회사가 주가와 씨름하는 사이 신약 개발 성과를 앞세운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은 조 단위 기술 이전을 비롯한 의미 있는 실적으로 주가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바이오 벤처 삼대장으로 꼽히는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는 같은 날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가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말보다 각각 23.59%, 136.20% 급등했다.

    대선 이후 국내 증시에 분 훈풍은 바이오 기업의 주가를 더 높이는 재료가 됐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 기업의 주가가 반영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해 말 3623.78에서 이날 3846.45로 6.14% 상승했다. KRX헬스케어에 담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위탁생산(CMO) 수주를 앞세워 같은 기간 주가가 6.21% 상승했다. 셀트리온의 최근 주가 흐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셀트리온 주가가 부진하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자사주를 태울 비용을 짐펜트라의 마케팅 비용에 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셀트리온의 잇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는 모습이다. 이들은 짐펜트라의 매출 부진이 주가를 끌어내린다고도 봤다. 증권사에서도 올해 5월 일제히 짐펜트라의 매출 부진을 이유로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10%가량 낮춰잡았다.

    서정진 회장도 매출 부진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에게 사과하며 짐펜트라의 마케팅 비용이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서 회장은 미국의 의약품 유통 구조 때문에 짐펜트라를 많이 판매하지 못했다면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광고에 쏟는 비용이 막대해 셀트리온이 이를 따라잡기는 다소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의약품을 미디어를 통해 광고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막대한 비용을 쏟아 환자에게 치료제를 광고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상반기 광고 비용으로 430억원을 투입했다. 짐펜트라를 같은 해 3월 출시하며 광고 비용이 큰 폭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이 2023년 한 해 쓴 광고 비용 17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규모의 광고 비용도 글로벌 제약사의 광고 비용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을 비롯한 제품 판매 성과를 통해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매년 수천억원을 들일 바에 공장 증설과 신약 개발, 마케팅 비용에 재원을 투입하라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 소각과 배당 같은 일시적 효과에만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공장 확보와 신약 개발 등 추가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할 과제를 여럿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셀트리온은 향후 미국에 공장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재 공장을 확보할 지역으로 한국과 미국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장을 확보한다면 한국에 공장을 확보하기보다 더 큰 비용이 든다. 셀트리온은 현재 신약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어, 연구개발(R&D) 비용이 늘어날 공산도 크다. 자금의 효율적 투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주주 환원 정책은 사실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라며 "기업 성장을 위해 특정 분야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R&D를 비롯한 부문에 투자해 성장 동력을 갖추는 일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