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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최근 기업금융(IB) 본부의 1차 조직 세팅을 마무리했다. DCM(채권발행), ECM(주식발행), 신디케이션 등 세 개 본부에 걸쳐 약 3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한 상태다. 외형적으로는 기존 부동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어 정통 IB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 비즈니스와 관련해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실무 인력 상당수를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연봉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성과급 베이스가 높은 정통 IB의 특성상 성과가 나지 않으면 인력 이탈이 불가피할 거란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IB 인력들을 영입했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상근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NH투자증권 출신 송창하 본부장을 필두로 DCM 담당으로는 KB국민카드 출신 신승원 상무를, 신디케이션 담당으로는 신한캐피탈 출신 이동훈 상무보를, ECM 담당으로는 삼성증권과 브레인자산운용 출신 이경수 상무를 영입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상반기까지 30여 명의 인력으로 1차 조직 구성을 마치겠다는 복안이었는데, 목표치를 달성한 셈이다. 조직이 올 초 신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직 세팅이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외형적인 기틀을 갖춘 만큼,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딜 수임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이러한 '속도전'에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잡오퍼(Job Offer)'는 업계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였다. 증권사와 PEF, 자산운용사 등 전 업권에 걸쳐 적극적으로 실무진들에 이직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화제가 된 것은 '연봉'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인력 영입을 위해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한 중형 증권사는 인력 영입을 위해 메리츠증권과 경쟁했지만, 메리츠증권이 제안한 연봉이 회사의 연봉 테이블과 괴리가 커 결국 발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본부장급이나 임원급 인사들은 고연봉이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실무진들의 경우 연봉보다는 성과급 등 인센티브가 핵심 동기"라며 "당장은 높은 연봉에 합류를 결심할 수 있지만, 향후 딜 수임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1~2년 내 실무진들의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반기 메리츠증권은 IB부문 조직 세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금융채 중심으로 주관과 인수 딜을 따내며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통적인 기업금융 딜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커버리지 영역 확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실제로 기업 공모채나 유상증자 주관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PF 명가' 이미지를 벗고 정통 IB로 자리매김하려면 실질적인 트랙레코드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이번 조직 확장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평균을 웃도는 연봉으로 시장에서 인력을 영입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딜 수임이 이어지지 않으면 조직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는 사람에 의존하는 산업인 만큼 인력 영입은 필수적이지만, 조직 세팅 이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격적인 인력 영입이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라며 "조직 유지와 인력 안정성을 위해선 반드시 실질적인 딜 수임이 따라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공격적인 인력 영입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5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의 LNG 유동화 딜 수임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쟁자인 외국계 사모펀드들보다 협상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딜을 협상하는 데 있어 정영채 상임고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메리츠증권의 진짜 시험대는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IPO의 경우 그 특성상 대표주관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려 당장 하반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DCM 영역에서 금융사 의존도를 탈피하고, 기업 커버리지를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메리츠가 보여준 인력 구성을 보면 확실히 진정성은 있어 보이지만, IB 비즈니스는 결국 실적과 신뢰"라며 "시장에서 영입한 인력들이 저마다 특정 커버리지 영역에서 강점이 있는 인사들이라 당장 딜을 따오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얼마나 다른 기업들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DCM·ECM·신디케이션 본부로 30여명 세팅 완료
업계 평균 웃도는 연봉에 실무진 대거 영입했지만
지속 가능성에 붙는 '물음표'…하반기 본격 '시험대'
DCM·ECM·신디케이션 본부로 30여명 세팅 완료
업계 평균 웃도는 연봉에 실무진 대거 영입했지만
지속 가능성에 붙는 '물음표'…하반기 본격 '시험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