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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회사 S&P글로벌레이팅스(이하 S&P)가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방향을 진단하며 "재정확대에 이전 정부보다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일시적 부양책 수준이라면 한국의 AA(안정적·Stable) 신용등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S&P가 한국 신용등급의 최대 변수로 지목한 것은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다. 킴엥 탄(KimEng Tan)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 전무는 3일 중구에서 인베스트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신용지표 자체는 매우 강건하지만, 향후 1~2년 내 등급 변화가 있다면 북한 관련 상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재정확대 필요해도…균등 지원은 부담"
S&P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정책 변화는 재정 운용 방식이다. 탄 전무는 "새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재정 지출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동시에 가계부채 억제 조치를 빠르고 강력하게 시행하는 등 금융안정 문제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엄령 선포로 인한 불확실성, 미국 관세 인상, 중동 불안정으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 등이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확대가 불합리하지 않다고 봤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탄 전무는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재정수지 악화로 장기적으로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데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출을 계속 늘린다면 한국의 신중한 재정정책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루이 커쉬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무도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들어 우려를 표했다.
"中은 이제 경쟁관계…韓기업, 美와 상호보완 가능"
S&P가 주목한 또 다른 변화는 한·중 경제관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약 7년 전만 해도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은 최대 700억달러 규모의 흑자였다. 현재는 300억달러 규모 적자로 전환한 상태다. 약 7년 만에 무려 1000억달러(한화 약 135조원)의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 구조 전환이 있다. 과거에는 중국과 한국이 상호보완적인(complementary) 관계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제조업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루이 전무는 "중국이 과거 수입하던 제품들을 이제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제3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투자 전략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과거 중국을 황금시장으로 여겼던 한국 대기업들은 줄줄이 철수하는 상황이다. 13억 인구의 내수시장과 낮은 생산비용을 보고 대거 진출했지만, 기대와 달리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들의 대안 투자처로 미국이 부상하고 있다. 루이 전무는 "요즘 한국 대기업들은 중국보다 미국 시장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산업구조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여서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강하고, 미국은 금융·서비스업 기반이 탄탄해 서로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S&P는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요인 덕분에 한국 기업이 오히려 보호받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실행됐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도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미국 역시 무조건적인 안전지대는 아니다. 환율, 통상 규제, 법인세 등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지화 전략이나 파트너십 없이 단기 실적만을 추구할 경우 또 다른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준홍 한국기업신용평가팀 상무는 "단순히 미국 중심으로 옮기는 것이 해법은 아니며, 각 산업의 특성과 지정학적 변수에 맞춰 전략을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루이 전무도 "이제 중요한 건 어디에 공장을 짓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중국과 겹치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상법개정·스테이블코인·코스피 랠리엔 신중론
S&P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을 비롯, 화제가 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코스피 상승 랠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박 상무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물적분할을 통한 자금조달 방식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경영권 분쟁 회사들이 방어 목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일부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탄 전무는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어 투자 상승 기대감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본통제나 송금 규제를 우회하는 거래상의 가치 때문이지만, 이는 대부분 정부가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루이 전무도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의 강력한 사용 사례를 보기 어렵다"며 "결제 수단으로는 가능하지만 범죄 활동이나 기존 규제 회피에 특히 매력적인 것 같아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허니문 랠리'로 불리는 코스피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루이 전무는 "한국 주식시장은 수십 년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영향을 받았다"며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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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3일 15: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