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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하반기 중 기본자본 킥스(K-ICS, 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보험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본성증권 발행보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해야 하는데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외에는 여유가 많지 않다. 외국계나 개인 대주주가 있는 보험사들은 사실상 잠재매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중도상환, 인허가 등에 적용되는 킥스 권고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는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 방안에 대한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중 규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자본 킥스 산정 때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보완자본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등만 인정한다. 아직 기본자본 킥스 권고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보험사가 자본비율을 관리하는 데 애를 먹을 것으로 점쳐진다.
해외에서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80%로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1분기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교보생명 등은 150% 안팎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우량 회사도 80% 내외다. 그러나 이외 상당수 보험사들은 비율 관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높이려면 회사가 돈을 잘 벌어서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대주주가 증자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보험업 성장성이 둔화한 상황에서 영업만으로 자본을 확충하긴 쉽지 않다. 자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배당을 줄이자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본자본을 관리하려면 증자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사모펀드(PEF)는 추가로 자금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 보험사 인수도 사실상 막혔다. 개인 대주주를 둔 보험사도 증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금융지주처럼 자금력이 충분한 곳이 아니면 보험사에 자금을 추가 투입하기 쉽지 않다.
한 보험사 임원은 "기본자본 킥스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이익을 거두거나 주주로부터 증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킥스 권고기준을 130% 낮춘 것처럼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빡빡하지 않게 설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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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해외 사례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낮춰 잡더라도 부담을 느낄 보험사가 적지 않다. 푸본현대생명이나 iM라이프,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기본자본 킥스 비율 50%를 밑돈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유상증자 뿐인데 주주들이 온전히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러니 증자 여력이 없는 보험사들은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낮거나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곳, 외국계 대주주를 둔 보험사들은 언제든 매각을 통한 투자회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화하는 자본 규제까지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 검토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외에 개인이나 외국인 주주를 둔 보험사들은 증자 필요성이 생겨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 보니 매각도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수년 전부터 매각설이 돌았던 메트라이프나 악사손해보험, 푸본현대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도 상황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본확충 부담이 큰 곳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도 소화할 곳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가 사업을 확장할 리는 없으니 결국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금융지주로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 이미 보험업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금융지주 입장에선 어지간한 우량 매물이 아닌 다음에야 인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롯데손해보험을 비롯한 매물들이 있지만 문제는 인수보다 인수 후 증자를 얼마나 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라면서 "금융지주들도 보험사들 더 붙여 키우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괜히 잘못 샀다가 증자 부담만 떠안게 될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하반기 중 기본자본 킥스 도입 예고
자본성증권 의존 어려워, 결국 유상증자 해야
개인·외국인 주주 보험사는 증자 놓고 골머리
금융지주만 증자·인수 여유…움직일지 미지수
자본성증권 의존 어려워, 결국 유상증자 해야
개인·외국인 주주 보험사는 증자 놓고 골머리
금융지주만 증자·인수 여유…움직일지 미지수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