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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신선제품'이 오후 3시에 물류센터를 나가서 CJ택배차 안에서 김포, 용인 허브를 떠돌다가 밤 11시가 되도록 오지 않음. 배송 상태는? 무더위에 냉장 냉동 다 녹고 반품 요청 속출. 커뮤니티에 글 계속 올라옴. 이마트 믿고 시켰는데 다신 안 시킨다, 쿠팡ㆍ컬리ㆍ오아시스로 넘어가겠다 등 실망을 넘어 분노."
최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그동안 쓱닷컴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SSG닷컴(이하 쓱닷컴)의 물류를 CJ그룹이 맡게 된 이후 배송의 품질이 급락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 6월 유통은 신세계가, 물류는 CJ가 맡는 사업제휴를 맺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물류센터를 CJ에 매각하는 등 배송 체계를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건 이달 초 수도권 새벽배송 운영 체계가 CJ로 일원화된 이후다.
우선 배송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 오전 7시 새벽 배송 도착 알람이 와서 현관에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더라는 식이다. 한낮 기온이 36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에, 새벽에 왔어야 할 신선식품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불편'이 아니라 '불쾌'에 가깝다는 평가다.
포장도 문제다. 쓱닷컴은 그간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서 다회용 보온 박스인 '알비백'과 대형 종이 봉투를 활용해왔다. CJ로 배송이 넘어간 이후엔 '개별 박스 포장'이 기본이 됐다. '식품 4개를 시켰는데 박스가 4개 와 있더라. 포장 뜯고 정리해서 분리수거하는 게 더 힘들었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 경험' 역시 후퇴했다. 기존 쓱배송은 배송 예정 시간을 더 촘촘하게 고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새벽ㆍ오전ㆍ오후로 통합됐다. 이전에는 배송기사 위치를 실시간으로 조회해 내가 주문한 배송이 언제쯤 도착할 지 체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일부 지역은 생수 주문이 아예 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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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사실은, 물류를 CJ에 맡기기로 한 게 '쓱닷컴 살리기'의 일환이었다는 점이다.
쓱닷컴은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8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배송 특수에도 쓱닷컴의 적자 규모는 늘어나기만 했다. 2020~2022년 사이 3년간 쓱닷컴은 2400억여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IPO가 물거품이 되며 소송전이 시작됐다.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던 양측은 지난해 신세계측이 FI 보유 지분 30%를 1조1500억원에 되사주기로 하며 극적으로 합의했다. 신세계는 자금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 6곳과 증권사 4곳으로 구성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했다.
이들은 3년간 쓱닷컴 지분 30%를 보유하며 신세계그룹에 1조1500억원을 지급하는 대신, 매년 5~6%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사실상 '금융권 대출'이었다. 신세계는 3년 후 1조1500억원을 갚거나, 아니면 상장을 통해 이들의 투자회수(Exit)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물론 계약을 연장할수도 있지만, 결국 갚거나 상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상장을 위해선 흑자 전환이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그간 쓱닷컴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던 건 거래액이 늘어나며 물류비용 역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쓱닷컴은 전국 120여개 피킹앤패킹(PP)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물류비용 축소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쓱닷컴은 전년대비 적자 폭이 340억여원 줄었는데, 이는 비용절감을 통해 운반비 240억여원 등 영업비용을 670억여원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CJ와의 연합 배경으로도 역시 물류비용 절감이 핵심 키워드로 꼽혔다.
신세계는 쓱닷컴 관련 문책인사도 단행했던 바 있다. 지난해 6월 수시인사를 통해 이인영 SSG닷컴 대표를 해임하고, 최훈학 영업본부장(전무)을 대표로 승진 발령했다. 최 대표는 2000년 공채로 이마트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을 거쳐 마케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 인물로, 당시 내부에서는 그로서리(식료품) 관련 물류 경쟁력을 향상시킬 적임자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상품을 소싱(조달)한다한들 배송 과정에서 녹고, 상해버리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라스트 원 마일'(last one mile)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마지막 경험'을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쓱닷컴을 무한 신뢰하며 오랜 기간 이용해왔다는 한 블로거는 쓱닷컴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이렇게 적었다.
"고기가 신선해야 했는데, 충격이 신선했다." (네이버 블로그 '투자와 여행 기록', 화이)
It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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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8일 14:2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