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 신용보강으로 1조원 PRS 조달 추진
입력 25.07.09 07:00
LNG 유동화 이어 PRS로 1조원 마련 나서
모회사 신용보강 기대…압박 속 재무개선 시도
  • 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 유동화에 이어 추가적인 조단위 자금 확보에 나선다. 증권사들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SK㈜가 신용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SK이노가 전방위적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이 같은 형태로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수의 대형증권사와 논의 중이며 SK이노가 신주를 발행하고 이 지분을 대상으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맺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계약 기간 동안 주식은 증권사가 보유하며, 만기 시점에는 주가 변동에 따라 SK이노와 이익이나 손실을 정산하게 된다. 즉, 증권사는 일정 기간 동안 SK이노 지분을 쥐고 있는 대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 또는 손실을 SK이노 측과 주고받는 구조다.

    이 같은 PRS는 지분 매각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계약 만기 시점에 증권사에서 이를 임의로 시장에 처분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발행사와 협의를 거친다.

    조달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의 최근 시가총액이 17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분 약 6%에 해당하는 신주가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는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7월 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달은 SK이노가 최근 추진한 LNG 발전 유동화와 함께 조 단위 유동성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재무구조 개선의 시급성과 함께, 자회사 SK온에 대한 자금 지원 여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회사 SK㈜가 PRS 계약의 신용보강자로 나선 점이다. PRS는 정산 시 자산 가치 하락분을 보전해야 하므로 담보물보다 신용도가 더 중요하다. SK이노의 신용에 모회사인 SK㈜의 신용보강까지 더해진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 

    유사한 방식의 자금 조달은 자회사 SK온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SK온은 지난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PRS 계약을 체결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에도 신주 또는 구주를 활용한 PRS 방식이 활용됐으며, 외부 투자자와의 조건 충돌을 피하고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K이노의 PRS 조달 역시 해당 구조를 반복하는 형태로 보인다.

    SK이노는 현재 부채 감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전방위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장용호 총괄사장은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2026년까지 8조원 부채 감축 ▲EBITDA 조 단위 증대 ▲신용등급 투자적격 회복 등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이노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채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SK이노의 총부채는 약 75조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200%를 넘는다. 이 가운데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차입금만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적자 지속이 신용 리스크를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SK이노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