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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의 처리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있다.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가진 선택지는 ▲경영권 매각 ▲일부 사업부(기프티콘 사업) 매각 후 재무적 투자자(FI) 자금 일부 상환 ▲FI 지분 약 20%에 대한 콜옵션 행사 등인데 구체적인 계획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0월부터 12월 사이에 11번가 FI 지분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2023년에 최초로 콜옵션 행사 기한이 돌아왔을 당시 SK그룹은 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주주간 계약에 의해 2년이 지났고 다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일단 SK그룹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고 3분기 내 처리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단 입장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와 11번가가 긴밀히 논의하며 드래그얼롱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명확한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시장과 소통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분 20%를 보유한 FI 측은 SK스퀘어 측으로부터 향후 처리 방안 및 진행 상황에 대한 명확한 소통이 없었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진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FI 측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기한이 불과 3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SK그룹 측에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어떠한 계획도 알려온 바 없다"고 밝혔다.
11번의 경영권 매각이 답보상태에 빠지고 콜옵션 행사 여부까지 불투명한 상황을 가장 초조하게 바라보는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SK그룹이 투자자를 유치할 당시 총 4000억원(직접투자 3500억원, PEF 간접투자 500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SK그룹이 외부 투자를 유치할 당시에 평가 받은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약 2조7500억원이었다. 최초 투자 유치 당시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의 장부가치는 6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00%로 환산하면 약 8200억원 수준이다. 2023년 말까지만해도 지분 80%의 장부가액은 8330억원가량이었으나 매년 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2018년, SK그룹과 FI 측은 주주간 계약을 맺으며 FI에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대신 기업공개(IPO) 무산시 SK그룹이 콜옵션 행사 권한을 갖고, FI는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갖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IPO 무산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고, SK그룹 역시 상장 무산시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의 자금 손실을 막겠단 입장을 국민연금 측에 밝혔기 때문에 이런 계약이 가능했다.
SK그룹의 협상 과정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SK스퀘어를 설립하고, 11번가를 비롯한 신사업 자회사들을 SK스퀘어로 편입하면서 투자유치를 주도했던 인사들은 SK스퀘어에 남아 있지 않게 됐다. 투자 유치를 주도한 책임자급 인사들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11번가의 콜옵션 포기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1번가의 기업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 또 과거와 같은 사업 경쟁력을 잃은 현재로선 원매자를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 송재승 CIO 등이 11번가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게 될 경우, 수천억원대의 자금소요가 발생하는 만큼 결론적으론 최고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오너단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SK스퀘어의 처리 방안이 그룹의 현안에서 다소 멀어져 있단 의견도 있다.
SK그룹 차원에선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대규모 지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부터 SK이노베이션, 넓게는 SK에코플랜트까지 주요 계열사들의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11번가 처리방안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있단 평가다.IB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최대 현안은 SK온의 자금소요에 대응하는 것인데, IPO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기 떄문에 FI 투자금 상환을 위한 대책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와 반대로 국민연금의 자금이 수천억원 투입된 11번가는 진척 상황이 없으니 국민연금 측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11번가의 원매자를 찾아 경영권 매각에 성공한다면 국민연금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반대로 SK그룹이 경영권 매각에 실패하거나, 콜옵션 행사를 재차 포기할 경우엔 또 다시 수 년 동안 원금 회수가 막히게 된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인데 11번가의 투자금까지 묶이게 될 경우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SK스퀘어 10~12월 내 콜옵션 행사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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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