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4대 금융 순익 '10兆' 육박할 듯...새 정부 '눈치'에도 '사상 최대' 전망
입력 25.07.14 07:00
상반기 4대금융 순익 '10조' 육박 예상…반기 최대
가계대출 기수요·NIM 방어…비이자이익도 개선 전망
우리금융만 역성장…충당금·기저효과가 발목
충당금 변수 부상…'이자장사' 프레임 경계 기류
  •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상반기 10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또 다시 경신하는 것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 3단계 및 6·28 부동산정책 시행을 앞두고 가계대출이 수요가 쏠린 것이 실적 개선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자 장사'에 대한 눈총이 커지는 가운데 상반기 대손충당금 반영 규모가 실적의 변수가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초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눈치 보기에 나서는 금융지주들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 실적의 눈높이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0일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지배주주) 합계는 9조90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순이익은 3조313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는 전년 대비 6.58% 증가한 2조9278억원, 하나금융지주는 전년대비 6.98% 늘어난 2조2131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면 상반기 우리금융 순이익은 1조4479억원으로 유일하게 전년동기대비 17.5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는 우리자산신탁 책임준공형 신탁 충당금 및 지난해 충당금 환입 기저효과 등으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이처럼 대체적으로 국내 대형 금융지주 순익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통상 금리하락기에는 마진이 하락해 이자이익이 줄어들지만, 2분기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거나 1bp(1bp=0.01%포인트) 가량 소폭 하락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낮추어 NIM 하락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2분기 대출성장률도 이자이익 성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데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평가되는 6·27 대책까지 발표되면서 지난 6월 가계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2%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비이자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 인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나·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환율이 하락하면서 600~1000억원 규모의 비화폐성 환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새 정부 들어 발표하는 '최대 실적'이 자칫 상생금융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2분기 성장 상당부분이 가계대출에서 비롯된 이자이익에서 나온 만큼 '이자장사' 프레임에서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분기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여부가 순이익의 변수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기관의 대손비용이나 건전성을 더욱 깐깐하게 점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일부 비은행 계열사 중심으로 추가적인 충당금을 적립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는 앞서 금융지주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충당금 부도율(PD)이나 부도시 손실율(LGD) 지표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왔기 때문에 오는 2분기 실적에 추가적인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 가운데 '책잡히면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2금융권 일부 계열사가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자칫 건전성은 악화됐는데 대손비용은 덜 쌓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2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한 제조기업들의 실적이 전년대비 반 토막나며 '경기는 안 좋은데 은행들만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게 금융지주들로선 부담"이라며 "최근 금융지주 주가가 급등한 건 사상 최대 실적과 이에 따른 주주환원 기대감에 따른 것인만큼, 주주와 여론 사이에서 상당한 눈치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