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인수는 아파트 갭투자" 마케팅의 위법성, 교묘함 그리고 오만함
입력 25.07.14 07:00|수정 25.07.14 10:02
it의 경제학 [아파트 갭투자 vs M&A]
회사 가치 7조 원은 홈플러스 측 주장
신세계ㆍ이마트ㆍ롯데쇼핑 시총도 3조 원미만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 대출? 대법원 판례는 '불법'
회사 운영 실패한 대주주 감자가 그리 생색낼 일?
  • 홈플러스가 며칠 전 낸 보도자료가 화제였다. "아파트 갭 투자 하듯이 1조 원이면 홈플러스를 살 수 있다". 이른바 '공개구애' 혹은 '마케팅'이다. 

    가벼운 태도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채권회수ㆍ임직원 고용승계가 달린 문제를 이런 식으로?" 일선 취재팀 얘기로는 우호적인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열심히 매각하겠다는 의도로 보기도 한다". 

    문제는 회사가 (혹은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논리가 당최 이해가 안된다는 점이다. 하나 하나 따져봤다. 교묘한 언변 속에 숨겨진 위법 논란과 오만함이 엿보였다. 

    누구 마음대로 7조 원이래? 

    “7조 원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2.9조 원의 전세가 들어가 있고, 전 주인은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새 매수자는 이 아파트의 부동산을 담보로 2조 원을 빌려 전세 일부를 갚고, 남은 일부만 현금으로 메운다면, 실제 현금 1조 원 미만으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논리의 시작은 "홈플러스가 7조 원짜리 아파트다"라는 점이다. 정말로? 

    총 169페이지에 달하는 조사보고서(서울회생법원 제4부 2025회합 135 회생. 삼일회계법인 작성) 그 어디에도 홈플러스가 7조 원짜리라는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삼일회계법인이 제시한 수치는 '계속기업가치' 2조5059억원, '청산가치' 3조6816억원 정도다. 그리고 그 근거와 각종 자산에 대한 평가만 담았다.  

  • 홈플러스는 마치 삼일 조사보고서가 출처인 양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이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총 자산은 약 6.85조 원, 부채는 약 2.9조 원으로, 순자산 기준 약 4조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브랜드, 사업 지속 가능성, 보유 부동산 등을 반영한다면 전체 기업가치는 약 7조 원으로 평가됩니다."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삼일회계법인이 7조 원 회사라고 공증해 준 것처럼 이해할 우려도 있다.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비상장사 기업가치는 일단 '순자산'을 먼저본다. 회사가 제시한 홈플러스 순자산은 4조 원. 그리고 여기에 '홈플러스의 브랜드, 사업지속 가능성, 보유부동산 등을 반영한다면 전체 기업가치는 7조 원으로 평가됩니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홈플러스 브랜드 등의 값어치가 3조 원은 된다는 말이다.  

    이게 왜 황당하냐면...지금 신세계 시가총액이 1.8조 원. 이마트 시가총액이 약 2.7조 원. 롯데쇼핑 시가총액이 2.2조 원 가량이다. 그런데 홈플러스 브랜드 가치 등만 3조 원이라고? 그리고 보유 부동산은 무슨 이유인지 또 따로 빼서 계산했는데, 원래 순자산에 들어가야 할 항목이다. 

    멀쩡한 신축 아파트 주변 시세가 18억 원, 27억 원, 22억 원 하는데 빚잔치 해야 할 법원 경매 물건 아파트가, 심지어 평수가 더 넓은 것도 아닌데 "우리 아파트 원래 70억 원짜리에요"라고 한 셈이다. 거래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사실 '아파트 갭 투자' 자체가 이번 사례에 적절한 비유가 못 된다. 빚이 쌓여가는데 장사를 잘 할 자신이 없는 자영업자가 손 떼려고 건물ㆍ상가ㆍ영업권을 넘기는 거래일 뿐이다.

    '아파트 담보대출'이 아니라, '아파트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한다? "불법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아파트 담보대출' vs '아파트 부동산의 담보대출'에는 큰 차이가 있다. 

    홈플러스의 주장은 후자인데, 정말 그대로 진행하면 인수자는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의 주장은 단순하다. "홈플러스가 바로 갚아야 할 돈이 약 2.7조원이다. 이때 인수자가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면 2조원 가량을 차입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1조원만 자기가 현금으로 내면 홈플러스 살 수 있다."

    그래서 홈플러스 보도자료의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파트 담보대출"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아파트의 부동산을 담보로...빌린다"라고 나와 있다.

    주의할 점은 인수자가 '홈플러스 주식담보대출'을 한다는 게 아니라, 아직 인수하지도 않은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한다는 개념이다.

    M&A 자금조달에서 LBO(Leverage Buyout)에 대한 '배임죄 적용' 여부는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된 사안이다. 특히 사모펀드들이 많이 엮여 있다.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최초이자, 대표적인 사례는 2001년 건설사 '신한' 사례다. 매수자인 김 모씨가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우고, 인수대상기업인 신한의 부동산을 담보 혹은 근저당을 설정해서 인수자금을 빌린 사례다. 

    홈플러스가 언급한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담보로 활용하면"과 정확히 똑같은 사례다. 심지어 회생절차기업 인수란 점도 동일하다. 

    이 사건은 재판기간만 2003년 5월부터 2008년 6월까지 5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6곳의 대형로펌이 달라붙었다. 대법원도 2번에 걸쳐 고등법원 무죄판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내린 결론은 '불법'이다.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했다면 인수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서 피인수기업에게는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 (사건번호 대법원 20004도7027)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 쉽게 말해...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가능하다. 회사 본질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 용인된다. 이게 일반적인 M&A 인수금융 구조다. 

    하지만 아직 인수도 완료하지 않은 회사의 부동산, 혹은 예금 등 다른 자산을 담보로 미리 돈을 빌리면 배임죄가 적용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LBO의 배임죄를 회피하고자 주식담보대출만 활용한다. 사모펀드 투자의 기본이자 ABC다. 

    홈플러스가 이런 내용을 알고서도 위법을 조장하려고 인수 마케팅에 나서지는 않았으리라. 다만...몰랐어도 불법은 불법이다. 

    행여 "인수자가 먼저 알아서 2조 원 대출받고, 홈플러스 사들인 후에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대출로 차환하면 된다"는 의미였다..라면? 아니 이게 인수자에게 무슨 효용이 있는지?

    "보통주 2.5조 원 전량 소각"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울까?

    이번 보도자료 뿐만 아니더라도... 홈플러스 혹은 MBK파트너스는 "MBK가 2.5조 원의 보통주 소각을 받아들인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자칫 생색내는(?) 것처럼 보였다. 

    일례로 6월25일 홈플러스는 '대주주 보통주 전량 무상소각 관련 사실 확인'이라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대주주의 보통주 무상소각이 실제적인 의미가 없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해 바로잡고자 자료를 전달한다"

    언론에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2.5조 원 가량의 보통주가 감자되는 건 당연한 일로 취급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MBK파트너스 본인들도 '큰 희생'을 했다는 뉘앙스다. 근거는 아래와 같다.

    ▲"홈플러스는 자산이 부채보다 4조원이나 많아 주식가치가 상당함에 따라 법률이 정한 보통주 소각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채무자회생법 제205조 제2항)

    ▲"삼일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3가지 주요 원인을 설명하고, 지배주주 및 임원들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행위로 인해 회생절차 개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숫자로만 따지면 맞는 말이다. 청산가치가 3.6조 원으로 꽤나 높다. 모진(?) 마음을 먹고 회사를 청산하고 빚 잔치를 하면 채무를 다 갚고도 얼마간 돈이 남는다. 남은 건 대주주 몫이다. 

    이 몫을 포기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보통주 전량을 소각하는 터라 손실을 같이 감내한다는 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MBK파트너스가 정말 계산기만 두드려서 홈플러스를 파산시켜 버릴 수 있을까. 

    손실처리 비용을 한국 사회에 고스란히 떠넘기면서 MBK파트너스가 한국에서 계속 발 붙일 수 있을까. 청산과 자산매각 과정에서 삼일 보고서 수치대로 각 자산들이 제 값을 받을까. 홈플러스 비핵심 부동산들이 지체 없이 재깍재깍 새 주인을 찾아갈까. 

    MBK파트너스의 대주주 지분을 전액 감자하지 않고 일부라도 남겨 놓은 상태라면. 대주주 구주 값도 챙겨주고, 증자까지 해서 홈플러스를 사들일 새 주인이 나타날까. 과연??

    계산상으로는 청산이 가능해 보여도 현실성은 극히 떨어진다. 즉 대주주 지분 전량 소각은 MBK에게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지에 해당된다. MBK파트너스의 평판과 회사 영속성 차원에서 보면 MBK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불가피하면서, 자신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득달같이 달려와 "나도 손해 보거든요. 알아주셔야 해요"라고 언론에 외치는 모양새다. 여기서 엿보이는 건 '오만함'. 뭐 그리 잘했다고...

    지난 20년 가까이, 저축은행 M&A부터 워크아웃 M&A, 구조조정 M&A까지....숱한 대주주 경영 실패에 따른 M&A 사례를 지켜봤다. 상당수의 경우 자연스레 대주주 감자가 이뤄졌다. 회생절차가 아닌,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M&A에서도 법적근거를 따지지 않고 "회사를 잘못 경영했으니 책임을 감내해야 새 주주가 들어온다"라며 보통주 감자가 시행됐다. 대부분 대주주들은 군말 없이 따랐다. 

    그들이라고 보통주에 대한 '본전' 생각이 안 났을까? 그래도 본인들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본인들의 재산도 중요하지만, 채권자와 임직원 고용문제, 그리고 사회적인 손실까지 감안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처럼 기업 운영을 잘 못해서 망하게 한 대주주를 변호한답시고 "권리가 있지만 2.5조 원 그냥 감자하는 거에요!!" 라고 회사가 나서서 천연덕스럽게 보도자료까지 내는 경우는 처음 봤다. 

    게다가 사모펀드(PEF)다. 본인 자금이 아니다. 투자자(LP)들의 자금을 날리는 거다. 

    MBK파트너스 임직원들이 정말 금전적인 손해를 봤을까? 2015년부터 2025년까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투자를 통해 받아간 운용수수료(Management Fee)부터 한번 계산해 보면? 실제 손해 본 건 투자자들이다. 

    여기에 국민 노후자금도 손실을 볼 판이다. 국민연금의 조 단위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금은 회생채권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대체 나의 노후가 왜 홈플러스 운영을 제대로 못한 MBK파트너스에 좌우되어야 하는지?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신청 얼마 직후. MBK파트너스가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실려 있다. "M&A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설명이다.  

    "파산시 홈플러스는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은 전원 해고된 이후 파산관재인에 의한 재산처분 절차가 진행됨. 

    홈플러스의 경우 부동산에 대한 신탁수익권자인 메리츠가 공매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됨. 이 과정에서 수만명 임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입점상인들의 폐업, 지역사원 초토화, 파산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급속한 냉각이 발생하여 결국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됨"

    이 문구를 주변에 그대로 보여줬다.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 같았다. "마치 협박하는 것 같다". 

    그러고 나니 궁금해졌다. "대체 이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