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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4대 시중은행과 1조2000억원 규모 대출의 금리 인하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 속에서 고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인 만큼, 최근 유동성 여건이 다소 개선된 상황에서 조달 조건을 정상화하려는 포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롯데건설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및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의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은행들도 이를 수용해 이르면 이달 말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초 협상은 6월 말 클로징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일부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출은 지난 2024년 2월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과의 고금리 대출을 대환하기 위해 금융사들과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 PF 펀드 중 선순위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의 자금이다. 당시 메리츠와의 조달 금리는 수수료 포함 12%에 달했으며, 시중은행으로 갈아탄 이후에도 선순위 기준 올인코스트(수수료 포함)로 약 8.5% 수준이었다. 이번 협상은 당시 설정된 조건을 현재의 시장금리에 맞춰 재조정하려는 것이다.
8.5% 수준인 기존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조정 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존 금리 대비 100bp(bp=0.01%) 이상 낮아졌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롯데건설이 지난 6월 발행한 회사채의 희망금리는 1년물 5.7%, 1.5년물은 5.9%로, 이번 대출 역시 1년 단위 만기 연장이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금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 지표로 여겨진다. 2024년 초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5.5%에서 4.5%로 인하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하향 안정세를 보인 점 역시 이번 협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의 요청은 당시 조달 구조의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 운용에 숨통을 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동성 여건은 일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의 PF 펀드를 통해 일부 사업장의 본PF 전환이 진행됐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도 이어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대출 당시 금리가 롯데건설 위기설을 반영해 다소 높았고, 그간의 유동성 대응 결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각 은행이 공통적으로 금리를 일부 인하해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정리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일정 부분 금리 인하에 응한 배경에는 이러한 유동성 개선 흐름과 롯데그룹과의 협상이 작용했지만, 시장 전반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최근 롯데건설이 발행을 추진했던 회사채도 전량 미매각되며, 시장 내 투자 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음을 보여줬다. 은행권에서도 롯데건설의 신규 신용여력이 여전히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신평·한기평·나신평)는 모두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PF 우발채무 부담과 수익성 저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룹 차원의 재무 구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건설의 개별 리스크는 일부 완화되고 있는 반면, 롯데그룹이 뚜렷한 현금창출원 없이 계열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IB 관계자는 "건설사 자체보다는 그룹 차원의 구조적 수익성 문제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4곳 및 산업은행과 협의 진행 중
작년 조성 2.3조 PF펀드 중 1.2조 은행서 조달
부실 정리·유동성 개선에 따라 조건 조정 추진
작년 조성 2.3조 PF펀드 중 1.2조 은행서 조달
부실 정리·유동성 개선에 따라 조건 조정 추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4일 11: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