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알파리츠, 신한카드 사옥 매입 추진…리츠 주주 돈으로 구조조정?
입력 25.07.15 07:00
7000억대 사옥, 계열 리츠에 매각 추진…유상증자 불가피 전망
'우량 자산' 평가에도 내부 거래 논란…자산 운용 기회비용 우려
신한금융 구조조정, 리츠 주주 몫으로 전가되나 비판 커져
  • 신한카드가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계열 부동산투자회사(REIT's)인 신한알파리츠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성격이 짙은 이번 딜은, 리츠 주주 입장에선 자금 부담은 물론 향후 더 나은 자산을 담을 기회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본사 사옥을 신한리츠운용이 운용하는 상장 리츠 '신한알파리츠'에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옥은 매각 후에도 장기 임차 형태로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신용도 높은 임차인이 안정적인 임대료를 지급하는 구조인 만큼, 자산 자체도 리츠 편입에 무리가 없는 우량 물건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자산 편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신한알파리츠가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매각가는 7000억원대로 거론된다. 통상적으로 40~60%를 대출로 조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3000억원 안팎의 자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한알파리츠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전단채나 CB(전환사채) 등으로 자금을 메울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주주 돈으로 그룹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리츠운용이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자금 조달 수요에 따라 수천억원대 자산을 리츠에 편입하고, 이를 위해 다시 유상증자에 나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알파리츠는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주가가 하락한 전례가 있어, 투자자 반발은 이번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리츠 시장 전반에서는 유상증자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SK리츠다. 이 리츠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이천 수처리센터를 1조2000억원에 편입하며 3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시장에선 범용성이 낮은 자산을 리츠에 담아, 향후 매각 가능성과 수익 실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화리츠 역시 유사한 평가를 받았다. 8000억원 규모로 장교동 한화빌딩을 편입했지만, 수익률이 낮아 배당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우량 자산이긴 하지만, 주주에게 유리한 선택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룹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 비핵심 자산을 리츠에 편입하거나 무리한 인수를 단행했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인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상장 리츠 8곳이 동시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투자자 불안이 크게 확산하기도 했다. 삼성FN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한화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등이 일제히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불과 한 주 만에 21개 상장 리츠의 평균 주가가 약 4% 하락했다. 

    이러한 전례를 감안하면, 신한카드 사옥을 신한알파리츠가 편입하는 것이 과연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유상증자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번 매입으로 수천억원을 소진하게 되면 신한알파리츠는 향후 더 매력적인 우량 자산을 편입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리츠는 구조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운용 방식이기 때문에, 한 번의 대형 투자로 자금 여력을 소진하면 자산운용의 유연성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리츠가 본래 추구해야 할 투자자 보호보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우선한 선택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며, "우량 자산이라고 해도, 주가 하락에서 회복 중인 신한알파리츠 투자자들에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신한카드 사옥을 굳이 계열사에 넘기기보다는 시장에서 매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다른 리츠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 사옥이 우량 자산이라면 굳이 계열사에 넘기지 않더라도 시장 매각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다만 사옥 매각이 퇴직금 재원 마련용이라는 말이 한 차례 돌았던 만큼, 신한카드 내부 분위기를 고려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계열사를 활용했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신한금융이 그룹 차원의 재무 지원을 계열 리츠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