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마련설' 현실로…신한카드, 사옥 매각해 추가 구조조정 채비
입력 25.07.15 07:00
신한카드, 본사 사옥 매각 전격 추진
수천억 매각차익, 구조조정 재원으로 활용 전망
  • 신한카드가 퇴직금 마련을 위해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한다. 상반기 희망퇴직에 이어 규모를 키운 추가 구조조정이 유력한 까닭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인됐던 '퇴직금 마련용 사옥 매각설'이 결국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본사를 계열사인 신한리츠운용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르면 내달 중 매각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거래는 연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내부에선 이번 매각을 퇴직금 등 구조조정 관련 비용 마련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작년 말에 이어 지난달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말 6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이번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하며 구조조정 기조가 빠르게 강화되는 모습이다. 불과 반년 전보다 신청자가 7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은 조직 내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이미 상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한카드는 1970년대생 중간관리자 비중이 높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구조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기존 81개 팀 체제를 58개 부로 개편하며 팀장급 인력을 중심으로 퇴직을 유도했다.

    그러나 연이은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선 연말 또는 내년 초, 현재보다 훨씬 대규모의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간 풍문으로만 들리던 사옥 매각설이 현실화하며 이러한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번 사옥 매각으로 약 2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수백명 단위의 추가 희망퇴직을 뒷받칠 만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매각 대상인 파인에비뉴 A동은 2020년 약 5200억원에 매입됐고, 최근 시장에서는 7000억원대 가치가 거론된다. 신한카드는 매각 대금을 구조조정에 필요한 각종 비용에 활용할 계획이다.

    실제 금융권에선 올 초부터 '신한카드 희망퇴직 1000명설'과 함께 '퇴직금이 2000억원이 넘어 본사 건물 팔아 자금 충당할 예정' 등과 같은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신한카드가 처한 실적 부진과 비용 절감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1357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카드(1844억원)에 2분기 연속 1위를 내줬다. 연체율도 1.61%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룹 내에서 한때 비은행 부문의 대표 수익원으로 꼽혔지만, 최근엔 신한라이프에 자리를 내주며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생산성 지표도 뚜렷한 부담이다. 신한카드는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많은 임직원 수(2587명)를 기록했지만, 1인당 순이익은 삼성·KB·하나카드 모두에 뒤처지며 업계 4위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려스러운 정황들이 현실화되며, 내부 불안감도 커지고 있으며, 연내 구조조정 확대는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 자산 매각이 뒷받침되는 구조여서 퇴직 인원 규모 역시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자산을 계열 리츠에 넘기는 방식이 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리츠운용이 운용 중인 리츠 주주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자산 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리츠 일반주주들이 신한카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측은 "사옥 매각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