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4000억' 기대하는 쓱페이 매각…유력후보 카카오는 '신중 모드'로
입력 25.07.15 07:00
쓱페이·스마일페이 통합 매각 추진한 신세계
카카오, 이마트 등 오프라인 트래픽 기대하나
중복 가입자·데이터 연계 법적 이슈에 '신중'
2배 이상 차이나는 몸값 격차도 협상 변수로
  • 정용진 회장 주도로 야심차게 키워온 간편결제 플랫폼 SSG페이(이하 쓱페이)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스마일페이와의 동반 매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 했지만, 정작 시장이 평가한 몸값과 원매자의 기대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던 카카오페이도 사업적 시너지는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높은 밸류에이션과 중복 고객, 데이터 연계 이슈 등을 고려해 '신중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다.

    쓱페이는 신세계그룹이 지난 2016년 자체 개발한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이마트·SSG닷컴 중심의 멤버십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출범했지만, 이후 외부 트래픽 확대와 데이터 자산화를 목표로 범용 결제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지마켓 인수 이후 지마켓 산하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와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통합을 지시했고, 이후 쓱페이 중심의 결제 인프라 통합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SSG닷컴은 이달 초 간편결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플래티넘페이먼츠'를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그룹 계열 내 개인정보처리방침 등도 이에 맞춰 재조정됐다. 

    이번 분할은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 조치라는 게 신세계 측 공식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외부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SSG닷컴은 지난 2023년부터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통합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일부 대형 테크기업들과 개별 미팅을 진행했으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는 자사 네이버페이 생태계와의 중복성을 이유로 검토 초기부터 선을 그었다. 토스(토스페이먼츠)도 내부 실사를 진행했지만, 당시엔 그룹 내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딜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곳은 카카오페이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쓱페이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올해도 신세계 측과 여러 차례 매니지먼트 미팅을 진행했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사용자 수는 올해 초 약 2500만명 규모, 연간 거래액은 약 3조~4조원 수준이다.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서 커버리지 확대에 한계를 겪고 있던 카카오페이는 이마트·스타벅스·SSG닷컴 등 신세계 계열 오프라인 채널과 연계한 결제 커버리지 확대에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올해 들어 카카오 내부적으로 신중론이 제기됐다. 쓱페이와 카카오페이 사용자 간 중복 가입자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고, 신규 고객 확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양사 간 고객 데이터 연계에 법적 허들이 존재하는 점도 문제가 됐다. 

    가격 눈높이 차이도 협상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신세계 내부적으로는 두 플랫폼의 적정 가치가 총 4000억원 안팎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카카오 측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카오는 분할법인 신주 투자를 통한 경영권 참여를 고려했지만, 최근에는 매각 주체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 하에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물적분할을 통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합병한 후 통합법인을 매각하려 했으나, 딜 클로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서는 스마일페이가 거래액 측면에서 매력적이고, 쓱페이는 오프라인 커버리지가 장점이지만, 두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에서 협상 난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거래가 장기화하면서 양측 간 이견 조율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 입장에선 이미 매각 가능성을 외부에 공표한 상황이라 후퇴하기 쉽지 않고, 카카오페이 역시 구체적인 실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베팅을 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은 정용진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사안이다. SSG닷컴 상장(IPO) 좌초 이후 쓱페이의 독자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느끼고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마트가 스타필드 확장, 핵심 점포 리모델링, 신세계건설 우발채무 축소 등 오프라인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간편결제 사업 매각 자금은 재투자 실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쓱페이 매각은 계열분리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도 꼽힌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보유 중이며, 계열분리를 위해선 한쪽의 지분 축소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위한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간편결제 사업 매각이 거론된다.

    신세계 측은 "쓱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온 건 사실이지만, 구체화된 사안은 없다"며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이어가는 단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