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자산유동화·SK에코는 공모채…투심 오리무중에 건설사 조달도 제각각
입력 25.07.15 11:39
하반기 들어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시장성 조달 나서
HDC현산 '오버부킹'·롯데건설 '미매각'…엇갈린 건설사 투심
PF 위축에 금리 부담까지…하반기 조달 시장 '옥석가리기'
  • 올해 하반기 들어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자금조달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신축 사업을 담보로 공사대금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했으며, SK에코플랜트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주력사업이 건설 부문이라 신축 사업지를 담보로 자산유동화가 가능하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건설보다는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플랜트 매출과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을 강조해 기관 대상 공모채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종에 대한 투심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달 전략도 회사별로 나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경상북도 포항시 환호공원 부지 공동주택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약 3702억원)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구매전용카드 유동화를 제외하고, 현대건설이 올해 유동화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인 디벨롭환호제일차에게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향후 이체하기로 하고,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권리 중 3300억원을 한도로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SPC가 유동화사채 발행을 통해 현재까지 22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현대건설은 이체 약정상 현금흐름 지급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공사대금채권 집금계좌의 예금반환채권을 금전채권신탁한다. 지난 5월 기준 해당 개발사업의 분양률은 91%, 공정률은 88%다.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총 3000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건설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兆) 단위 자금을 모으면서 최대 증액 한도까지 무난하게 발행이 이뤄졌다. 오는 9월 중 총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가 다가와 차환 발행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SK에코플랜트는 총 13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트랜치(만기)별로는 1년물 300억원, 1.5년물 400억원, 2년물 600억원 등이며, 최대 26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오는 1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25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한국투자증권, SK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이번 발행은 회사채 차환을 위해 이뤄진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연말까지 ▲7월 1030억원 ▲8월 1490억원 ▲9월 1300억원 ▲11월 300억원 등의 순으로 회사채 차환 일정을 앞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공모 희망 금리로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15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개별민평을 감안했을 때 6% 수준까지 밴드 상단을 크게 열어둬 시장 친화적인 금리 수준을 내걸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기관투자자 대상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경·에너지 분야와 관련한 기업 인수에 대규모 차입이 뒤따르며 차입금 규모가 커졌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SK에코플랜트의 순차입금 규모는 5조5469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1조1317억원)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급증했다.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개별 기업마다 나뉘는 등 여전히 불투명한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4년만의 공모채 조달에서 오버부킹 성공해 총 151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총 1100억원 규모 공모채 전량이 미매각돼 주관사와 인수단이 이를 떠안기도 했다. 기업별 재무 안정성, 사업 포트폴리오, 차입 구조 등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금리와 투자심리 변수에 따라 자금 조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면서도 "기관이 건설업 전반을 기피한다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재무 지표와 리스크 수준을 따지면서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