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SEC'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부터 삐걱?
입력 25.07.16 07:00
취재노트
출범 전부터 금융위·거래소 내부 반발 확산
금감원 부원장 단장에 금융위 "체면 구긴 구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외부 독립' 논의 급부상
  •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출범시킨 '한국판 SEC' 합동대응단이 출범 초기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되면서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오는 30일 공식 출범한다.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한데 모여 주가조작, 시세조종, 불법 공매도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조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이후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국이 내세운 구호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다. 불공정거래가 적발되면 단번에 시장 퇴출을 추진하고, 합동대응단을 통해 조사부터 심리까지 절차를 한 번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기존 15개월 이상 걸리던 사건 처리 기간을 6~7개월로 줄인다는 목표다.

    정작 조직을 꾸리는 과정에서부터 곳곳의 반발이 감지된다. 금융위는 벌써부터 조직 구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합동대응단의 단장으로 금감원 부원장이 낙점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법적으로 금감원의 상급기관이지만, 운영 실무에서는 금감원 아래에 위치하는 듯한 인상을 피하기 어렵게 돼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결국 누가 단장이냐가 실제 영향력을 좌우하는데, 금융위 입장에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분위기는 더 팽팽하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서만 12명의 인원이 합동대응단에 파견된다. 단순한 인력 차출 문제가 아니라, 시장감시본부의 '독립' 논의로까지 확산되고 있어서다. 내부의 반발감은 공매도 특별감리부가 신설될 때보다 더 크다는 전언이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합동대응단 출범이 시장감시본부의 외부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거래소 방문 이후 금융당국과 거래소 사이에서는 시장감시본부의 조직 확대와 기능 재편이 급물살을 탔다. 실제 거래소는 예년 50명 수준으로 신입직원을 채용해 왔는데, 올해는 시장감시본부 인원 확충을 위해 65명 수준으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감시본부는 거래소 소속으로 감시 기능을 수행해왔지만, 이해상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도 경쟁사인 거래소가 감시 기능을 쥐고 있는 구조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감시 인력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독립 논의로까지 번졌다"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이 논의에는 자본시장 감독체계 전반의 변화 가능성이 깔려 있다. 금융위원회 폐지론, 금융감독원 개편,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거래소 내 조사·감시 기능의 외부 이관 가능성도 함께 점쳐진다. 과거에도 2015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거래소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각 본부를 자회사화하는 방안을 꺼낸 적 있지만 흐지부지됐다.

    결국 합동대응단의 실효성은 자본시장 각 기관 간의 미묘한 이해관계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급한 조직 재편보다, 조사·감시 기능의 효율적 협업 체계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