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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실질만기) 규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보험사들이 새로운 투자처 찾기에 나섰다. 단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만기가 길고 비교적 수익성이 보장되는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장기물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만큼, 일각에서는 공동재보험 등 '우회로'를 찾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8월 중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LM) 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부채 듀레이션 규제 도입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비율이 급락하자 금리 민감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197.9%로 전 분기 말(206.7%)보다 8.7%포인트 떨어졌다. 보험업계 평균 킥스 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 범위를 감독규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를 킥스 제도, 혹은 경영실태평가 상 평가항목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집중했던 보험업계의 사업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보험사 대부분이 IFRS17 도입 후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에 집중했다. 사망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사업 구조상 부채 만기가 길다.
이 탓에 현실적으로 부채 만기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만기가 짧은 상품은 CSM이 적게 잡힐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외면당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기 보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고령화 시대에 맞춘 100세 만기 등의 초장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장기보험 판매량이 많은 현대해상 등은 듀레이션 갭이 약 1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7%지만,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킥스 비율이 23.9%포인트 하락해 133.1%로 낮아진다.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의 금리 민감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킥스 비율은 26.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생명의 현재 킥스 비율은 177.2%로 업계 상위 수준이지만 금리 추가 하락 시 자본 건전성이 우려할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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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공동재보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당장 부채를 줄이고 금리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서다. 통상 재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어 금리 하락에도 자본 감소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정세창 홍익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원수사보다 재보험사가 자산 운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전제 하에 공동재보험으로 자산을 이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재보험사와 같은 투자 인력, 네트워킹 등의 인프라를 하루 아침에 갖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 나와있는 국고채 장기물은 대부분 보험사가 사들이고 있다. 30년물이 지속해서 공급되고 있지만 수요에 한참 모자라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30년물 금리가 10~20년물보다 낮게 형성되는 등 보험업계 전반이 투자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장기채 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킥스 비율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단기채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대형사야 보험료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투자손익이 실적 희비를 가를 정도로 중대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당국이 듀레이션 갭 관련 규제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장기 투자처에 대한 고민에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 채권 선물 등 파생상품 측면에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채 장기물의 금리 역전, 장기 파생상품 부재 등의 문제는 당국의 개입 없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은 관련 규제가 목표 시점을 멀리 두고 천천히 적용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 만기 길수록 수익률 낮은 역전현상 지속
마땅한 투자처 없이 자산 듀레이션 연장 어려워
마땅한 투자처 없이 자산 듀레이션 연장 어려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