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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하반기에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빅2'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 중위권 운용사들의 경쟁 구도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국내 증시 및 정책 테마 수급에 따라 하반기 시장 판도가 일부 재편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총 순자산은 21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40조원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81조800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8.55%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71조4000억원(33.6%)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양사 간 격차는 지난해 말 2.1%포인트에서 4.9%포인트로 확대됐다.
상반기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 확대는 머니마켓형·채권형 ETF로의 자금 유입이 주된 배경이었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상반기 2조4101억원의 자금을 유입하며 전체 ETF 중 자금 유입 1위를 차지했고, 채권혼합형 상품인 'KODEX CD금리액티브'는 순자산 8조4855억원으로 단일 ETF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회복세에 힘입은 증시 추종형 ETF 역시 수익률 경쟁력을 기반으로 추가 수요를 유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와 테마형 상품 중심의 전략을 이어갔다. 상반기 'TIGER 미국S&P500'은 1조원 이상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TIGER 미국나스닥100’ 등도 5조2000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이며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테마형 ETF의 변동성도 커졌고, 순자산 측면에선 삼성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2023년 이후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 7.78%(16조5000억원)로 KB자산운용과 업계 3위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간판 상품인 'ACE KRX금현물' ETF는 개인 순매수 3001억원을 기록해 개인 종목 기준 업계 8위에 올랐고, 순자산 역시 6300억원 넘게 증가하며 테마형 ETF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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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은 하반기에도 채권·단기금리형 ETF를 중심으로 국내 수요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 및 배당 관련 정책 테마가 가시화될 경우, 관련 ETF의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글로벌 조직 강화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고, 투자자 교육 및 콘텐츠 발신 역량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차별화된 해외 테마형 상품에 집중하며 'TIGER 차이나테크TOP10' 등 중국 관련 ETF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TIGER 미국나스닥100 커버드콜', 배당 ETF 등에서는 수익과 배당의 균형을 강조하며 장기투자 수요 유입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배당과 연금 수요에 적합한 커버드콜형 상품군을 강화하고, 투자자 친화적인 보수 인하 정책도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커스텀 지수 설계, 리서치 기반 상품화, 전사적 협업 구조 등을 바탕으로 미국30년국채액티브, AI반도체포커스, 글로벌빅파마 등 차별화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월배당, TDF, 연금 연계 채권 ETF를 강화하며 연금 수요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과 미래에셋의 양강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중소형 운용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화자산운용은 방산 테마 ETF 'PLUS K방산과 고배당 ETF 'PLUS 고배당주'의 흥행으로 각각 1조1551억원, 1조3032억원의 순자산을 기록하며, 총 5조7000억원 규모로 업계 6위까지 도약했다.
하반기에는 채권형 상품 수요, 정책 테마 수급 등 구조적 요인이 빅2 중심의 경쟁을 굳히는 동시에, 중소형사들의 틈새 전략이 얼마나 지속력을 가질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삼성자산운용의 우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채권형 ETF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확고하고, 계열사 기반 캡티브 수요 확보 측면에서도 미래에셋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테마형 상품군에서도 KODEX 라인업의 다양성과 보수 경쟁력이 과거보다 개선돼 미래에셋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미래에셋이 격차를 좁히려면 시장을 압도할 만한 새로운 ETF 상품을 제시하거나, 미국 증시의 의미 있는 반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위권 경쟁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이 순위 다툼을 이어가고 있으나, 업계 전반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구조적 상품 수익성, 개인 투자자 기반, 고유 상품 라인업 등을 두루 갖췄으며, 시장 사이클과 관계없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ETF를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상반기 ETF 시장 40조 증가세…삼성 1위 굳히기, 미래에셋 격차 확대
채권·머니마켓 ETF 수요가 판도 좌우…정부 정책 테마 선점 경쟁도 본격화
중소형사 '틈새 전략' 성과…한화, 방산·고배당 상품 흥행에 업계 6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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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