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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올 하반기 외부 감사인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회계법인 간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지주 감사 보수만 100억원에 이르는 데다, 이후 파생될 자문·컨설팅 수요까지 염두에 두고 회계법인들이 전방위적 마케팅에 나선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8월, KB금융지주는 9월 각각의 이사회 감사위원회를 통해 외부 감사인을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두 금융지주의 감사는 각각 삼일PwC와 삼정KPMG가 맡고 있으며, 올해 12월로 3년 계약이 종료된다. 상장사 및 대형 비상장사의 경우 동일 감사인을 3년 유지한 뒤 자율적으로 재선임할 수 있으나, 독립성 제고를 위해 다시 선임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각 금융지주는 수십 개 자회사까지 연결 감사 대상이 되므로, 연간 감사 보수만 100억원 이상으로 책정된다. 회계법인 입장에선 명실상부한 '큰 장(場)'이다. 특히 최근 내부통제 강화, 포렌식, IT감사 수요 등이 급증하면서 단순 감사 이외의 파생 매출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지주 밑에 은행, 증권, 보험 등 여러 자회사가 있고, 내부통제 컨설팅 등 부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 회계법인들은 각 지주사의 감사위원회를 상대로 전면적인 영업전에 돌입했다. 일부 회계법인 수장들은 비공식적인 사적 자리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관계 구축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 나가보면 회계법인 대표, 회장까지 나와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공공연히 돌 정도다. 일부 회계법인은 인맥 풀을 총동원해 감사위원과의 접점을 만드는 등 각축전 양상을 띠고 있다.
과열된 경쟁 탓에 타 회계법인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한쪽이 두 곳 이상의 금융지주를 확보하려 할 경우, 경쟁 법인들이 형평성 논란을 언급하며 '견제성 영업'에 나서는 식이다. "한 회계법인이 금융지주 두 곳 이상을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으로, 시장 내 과점 우려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업계 안팎에선 "회계법인들이 예민해져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은 삼일, 신한·우리금융은 삼정, 하나금융은 안진이 각각 맡고 있다.
회계법인들도 금융 부문 역량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일PwC는 지난해 금융 산업을 전담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다른 회계법인들도 금융 섹터 인력을 보강하며 전열을 정비 중이다.
다만 실제 교체 여부는 각 금융지주 내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감사인의 업무 이해도와 감사 연속성,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고려해 재선임을 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올해 하반기엔 KB금융·신한금융 외에도 우리금융이 감사인 교체 시점을 맞이하며, 2026년까지는 자율 선임 대상인 대기업 220여 곳이 줄줄이 외부 감사인을 새로 선정해야 한다. 회계법인 간 ‘대어’ 쟁탈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감사인 교체 시기 도래…빅4 회계법인 총력전
감사에 더해 컨설팅 수요까지…'금융지주 잡기' 전면전
감사에 더해 컨설팅 수요까지…'금융지주 잡기' 전면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