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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을 배경으로 중견 조선사부터 기자재, 해양플랜트 업체까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투자금 회수나 외형 확장을 위한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조선업 '피크아웃' 우려 속 매도자와 인수자 간 눈높이 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이 매물로 나왔다.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99.58% 전량이 매각 대상이며, 현재 주관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몸값으로 5000억원 안팎을 점치고 있지만, 많게는 1조2000억원까지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이 같은 몸값은 최근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대한조선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최대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 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대한조선의 밸류 역시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한조선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을 피어그룹으로 두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4.58배로 적용해 몸값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조선 3사와는 체급 차이가 크단 점에서 몸값 선정에 무리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조선은 과거 STX조선해양 시절 세계 4위권 조선사였지만 금융위기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무너졌다. 이후 2021년 KHI·유암코가 2500억원에 인수했다. 회사는 작년 매출 93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대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도 실적 흐름은 양호하다.
케이조선은 군함 건조에 적합한 조선소란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100만㎡(약 30만평) 면적에 연간 중형 PC탱커 20척의 건조능력(Capacity)을 보유하고 있다. 군함은 큰 도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케이조선의 설비규모가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잠재적 인수 후보는 한화그룹과 HD현대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이 인수에 나서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조선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조선사 인수는 곧 생산능력(CAPA) 확장으로 직결된다. 대형 조선사들은 과거 호황기 시절 무리하게 설비를 늘렸다가 2008년 이후 수주절벽과 구조조정을 반복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자체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확대한 상태다. 지난 4월 3300억원을 투입해 부유식 도크(건조 공간)를 증설하겠다고 공시했다. 해당 도크는 2027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증산 여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외부 조선사를 인수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조선사 인수에 대해선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조선은 HD현대미포와 마찬가지로 탱커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사업 영역이 겹친다.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인수 가격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92만CGT로, 지난해 전체 발주량의 21.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사들의 주력인 LNG운반선 발주는 지난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선업이 정점을 지나 다시 수주 공백기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조선이 주로 하는 탱커 또한 올해 들어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일감이 몰렸을 때 매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대한조선 IPO, 케이조선 매각 등의 움직임을 보면 피크아웃 시점이 다가오고 있단 신호"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SK오션플랜트 매각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SK오션플랜트의 2대주주인 삼강엠앤티 창업주 측은 더 비싼 값에 지분을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보유 중인 SK오션플랜트의 20%대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사업 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지분을 처분할 이유가 없으며, 매각을 하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2대 주주 간에는 동반매각요구권(Drag-along)이나 동반매각참여권(Tag-along) 조항이 없어, SK에코플랜트 측이 보유한 지분 37.6%만 별도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지분에 대한 기대 매각가는 약 5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오션플랜트의 사업 부문 중에선 특수선 사업부가 가장 경쟁력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현재는 미국 군수지원함 관련 정비(MRO) 사업 수주를 위한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한때 전략적투자자(SI) 참여를 검토했지만, 현재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력 SI가 부재한 가운데, 최근 한 운용사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SK에코플랜트의 지분 전량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유암코가 지난해부터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꾸준히 처분하며 엑시트 수순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조선업 호황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몸값이 높아지자,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한화엔진은 결국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은 디젤엔진 및 방산 전장통신 분야 전문 제조업체로 선박용 엔진, K1계열 전차, K9자주포 및 해군 함정용 특수고속엔진 등을 만들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매물마다 매도자와 인수자 간 기대치 격차가 커, 성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피크아웃 우려에 매각자·인수자 눈높이 조율 고심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 몸값 두고 시장 엇갈린 평가
SK오션플랜트 매각도 2대주주와 몸값 두고 시각차
STX엔진, 주가 치솟아 높아진 몸값은 인수자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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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3일 07:00 게재